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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판결은 지난 석 달 간 이어져온 국가 리더십 공백 사태와 국론분열의 혼란을 매듭짓는 계기가 돼야 한다. 북한 미사일 도발, 중국의 사드 반발 등 엄중한 외교안보 현실을 감안할 때 탄핵정국 이후 본격적으로 국가적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모멘텀으로 작용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직무정지 기간 동안 양극으로 치닫는 탄핵 찬반 목소리는 여전히 파괴력이 가장 큰 시한폭탄이다. 현재로선 헌재 판결과 함께 어떤 식으로든 잠재된 뇌관이 한꺼번에 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헌재 판결 전 마지막 주말인 지난 4일 서울 광화문과 시청앞 광장 일대는 '촛불'과 '태극기'가 격돌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연출됐다. 일부 시위대는 박영수 특별검사 자택 앞에서 강경 시위를 벌여 박 특검의 부인이 혼절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또 다른 쪽에서는 헌재 재판관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정치권을 포함한 우리나라 구성원 모두가 사회분열 양상에 둔감해졌다는 점이다. 지금의 사태를 유발한 태블릿PC가 처음 보도된 지난해 10월 이후 탄핵 기간을 포함해 무려 134일을 거치면서 갈등이 이미 만성화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다.
헌재 판결까지 하루도 남지 않은 이 시간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헌재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일인 13일이 아니라10일을 선고일로 지정한 것도 더 이상의 억측과 오해를 부르지 않고 사회 갈등을 하루라도 빨리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집회가 열리는 주말을 앞두고 판결을 내리겠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준법정신을 믿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제는 국민과 정치권이 결단을 보일 때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판결을 승복하고 따르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청와대, 정부, 정치권은 헌재 판결에 승복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국민은 담담히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국가리더십 붕괴와 국론분열로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마저 위기에 빠뜨리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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