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업계 최초 세로형 카드 선보여…카드번호·제휴 브랜드 뒷면에 배치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한국 카드회사가 글로벌 결제회사를 설득해 수십년 동안 사용된 공통의 신용카드 포맷을 바꾸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최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업계 최초로 세로형 신용카드를 내놓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글이다.


정 부회장이 세로형 카드로 승부수를 걸었다. 가로로 '긁던' 마그네틱 카드에서 세로로 '꽂는' 집적회로(IC) 칩 카드로 변하면서 카드 포맷을 180도 바꾼 것이다. 정 부회장은 SNS에 "카드에 칩이 탑재된 이후로 세로로 쓰는 일이 많아졌다"며 세로형 카드를 만든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현대카드 디자이너들은 디지털 제품이 TV 등 가로형 중심에서 스마트폰 등 세로형으로 바뀐 점을 착안했다. 디자인도 바꿨다. 카드번호와 글로벌 제휴 브랜드 로고는 뒷면에 배치했다. 카드업계 안팎에선 이같은 정 부회장의 도전을 "신선하다"고 평가한다.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핀테크 상품 개발에만 몰두한 것과 달리, 정 회장은 디자인에 승부수를 걸었다는 이유에서다.


정 부회장은 카드 디자인 부문에서는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2003년 취임 당시 20만원에 불과하던 카드 디자인 개발비용을 1억원으로 늘렸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현대카드M이다. 그는 카림 라시드, 레옹 스탁 등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에게 카드디자인을 맡기기도 했다.

정 부회장의 이같은 '역발상 경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날로그 감성의 카드팩토리를 만들었고, 앱카드와 큰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모바일 단독카드 무용론을 펼치기도 했다.


그렇다고 정 부회장이 튀는 행보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권에서 신뢰가 생명인 만큼 본업에 대해서는 정도를 지킨다. 오히려 더 보수적이다. 그가 CEO로 있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각각 딜로이트안진과 삼정KPMG에 회계 감사를 받고 있는데, 엄격한 회계 감사를 위해 다른 기업 보다 두배 이상의 보수를 지불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과 관련해 임기에 얽매인 경영자가 아닌 '오너십'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3년 임기로 단기실적이 중요한 다른 카드사들에 비해 장기적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적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현재 업계 2위인 현대카드는 정 사장이 취임하던 2013년 당시만 해도 카드대란에 휘청대던 꼴찌 회사였다. 취임 첫해 6300억원의 적자를 냈던 현대카드는 지난해 2128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카드사 경영자는 임기가 정해져 단기실적이 중요하다"며 "정 부회장은 금융지주에 묶여 있는 다른 카드사들이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길을 독자적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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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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