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들 싼 맛에 정치패널 장사…막말쇼의 나쁜 시장 만들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인터뷰- 자극적인 말 하면 욕 듣지만 관심 끌어…진짜 정치평론은 설 자리 잃어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종편 시사프로그램 패널들의 막말논란의 근본적 문제는 시청률 경쟁에 집중한 나머지 공기(公器)로서의 책무를 방기한 방송사에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 = 최종화 PD
[아시아경제 김희윤 작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출범 6년, 경쟁을 통해 시청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던 당초의 목표는 다소 기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양상이다.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제작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를 투자해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는 좌담식 시사프로그램이 다수 제작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주제를 깊이보다는 입담 있는 패널의 발언에 기대 백화점식으로 다루는 종편 시사프로그램은 정치와 시사에 대한 시청자의 깊이 있는 사고를 돕기보단 막말과 선정주의로 물들어 가는 추세다.
이 같은 문제를 두고 다양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잇따른 종편 패널의 막말문제는 방송사의 시청률 경쟁에 따른 선정주의의 산물이며, 이로 인해 제대로 된 정치평론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 종편의 시사프로그램 제작이 급증하면서 정치평론이 쏟아지는 시대가 됐다. 반면 출연 패널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갈수록 의구심이 늘어가고 있는데.
▲ 정치평론가를 양성하는 시스템, 프로그램이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사실상) 없다고 봐야한다. 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평론을 가르치지 않고, 또 미디어학부에서도 평론영역, 정치평론영역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그냥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 정치권에 몸을 담았던 사람 또는 정치학을 전공해서 정치학박사가 되고 정치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면 누구나 다 평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나 대학에서 정치학을 강의하거나 학생을 가르치는 것과 국민들, 시청자,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평론은 영역이 다르다.
- 종편의 시사프로그램 집중현상은 왜 발생하는가?
▲ 최소비용, 출연자들의 출연료와 그 약간의 제작비 정도만 들여도 시청률이 일정하게 나온다. 그래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시사정치평론에 할애하고 있고, 그러다보니까 중복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 그렇다면, 이에 따른 문제점은 무엇인지?
▲ 한 방송사 안에서도 2시대 시사(프로그램)와 4시대 시사가 뭐가 다른가? 아침 10시에 했던 시사와 저녁 6시에 하는 시사가 뭐가 다르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 중복된 주제만큼이나 중복 출연자에 대한 문제도 있는데.
▲ 여기 출연한 패널이 방송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달려가서 그 옆에 있는 종편사(프로그램)에 또 나온다. 그럼 그 사람이 불과 30분 만에 생각이 바뀔 리도 없고, 정보가 엄청나게 새로 들어올 리도 없으니 이 방송사에서 했던 얘기를 그대로 그 방송사에서 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A방송사에서 오전 10시에 할 때는 점잖게 하던 패널이 B방송사에서 저녁에 할 때는 똑같은 얘기인데 거칠게 한다. 자기도 괴롭지 않겠나. 똑같은 얘기를 어떻게 녹음기처럼 하나. 그러니까 자기도 나름대로 조금씩 조금씩 뉘앙스를 달리하고 결을 좀 달리해서 또 방송사의 취향이나 앵커의 취향에 맞춰서 하다보면 조금씩 거칠어지기 마련이다. 똑같은 얘기를 아침에 할 때와 저녁에 할 때 완전히 다른 사람이 하듯이 하게 돼있다.
-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어떤 결과를 초래하나
▲ 그 과정에서 결국 남는 건 선정주의와 막말이다. 아울러 자격 없는 평론가와 수준 낮은 평론의 남발로 인해 결과적으론 평론시장에서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이를테면 당장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얘기를 하면 진지하게 접근하는 평론보다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끌기 쉬우니까 그런 나쁜 평론들이 진짜 좋은 평론들을 자꾸 밀어내고 있다.
- 그럼에도 패널들이 막말을 계속하는 까닭은?
▲ 개인적으로는 징계를 받을 수도 있고 또는, 출연 정지나 출연제한에 패널티를 받을 수도 있지만 묘하게, 그렇게 해서 노이즈 마케팅이 되면 결과적으로 유명해질 수 있다. 갑자기 스타패널처럼 대접받기도 한다.
- 방송사는 시청률을, 패널은 인기를 놓치고 싶지 않을 텐데?
▲ 이거는 악순환이다. 방송의 질 저하, 평론의 질 저하. 이게 서로 맞물리면서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걸 어느 시점에선가 끊어내야 된다.
- 그럼, 이런 잇따른 종편 패널의 막말 발언이 그치려면 어떤 해결방법이 필요한가?
▲ 사실 평론가들이 다 교수나 이런 사람들이 아니면 비정규직이므로 정말 보따리 장사처럼 (출연) 하는 거다. 이런 사람들한테 '선정주의 끊어라' 어떻게 요구하겠나. 방송사가 자발적으로 먼저 이 고리를 끊어줘야 한다.
1958년 대구 출생.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1989년부터 프리랜서로 정치평론, 대중 강연, 방송 활동을 시작해 CBS 라디오 《시사자키》, KBS 《추적 60분》을 진행했다. 현재는 tvN 《콜라보 토크쇼 빨간의자》를 진행하고 있고, 쓴 책으로는 『10대가 만나는 민주주의와 정치』 『10대와 통하는 정치학』 『고성국의 정치in』 『덤벼라 인생』(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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