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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현실에 "명절 기분 못내"…직장인·취준생 고달픈 설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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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현실에 "명절 기분 못내"…직장인·취준생 고달픈 설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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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취업준비생 김모(28)씨는 설을 맞아 오랜만에 고향집을 찾았지만 불편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주변의 친구들은 하나둘 직장을 구해 조금이나마 부모님께 용돈까지 챙겨준다는데, 자신은 여전히 일자리 없이 용돈을 받고 있는 처지가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연휴 첫날 친척들과 술을 마신 아버지로부터 "취업 걱정 너무 하지 말고 편하게 쉬다 가라"는 말을 듣고 나서는 죄송한 마음이 더욱 커졌다. 김씨는 "지난 추석 때, 꼭 다음 설 명절에는 직장을 구한 뒤 당당하게 고향을 찾겠다는 다짐을 했었지만 결국 이루지 못했다"며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힘내라고 해도 도무지 기운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온가족이 모여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설 명절이 팍팍한 현실에 지친 청춘들에게는 점점 불편한 시간이 되고 있다. 어릴 때만해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세뱃돈을 받는 설은 일 년 내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었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한 취준생에게는 세뱃돈조차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친척들이 지나가는 말로 취업얘기를 꺼낼 때면 한없이 작아지기도 한다.
실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설을 맞아 직장인 및 취준생 15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취준생의 90.9%는 '관심을 표현하는 덕담이 상대방에게는 잔소리가 되거나 불편할 수도 있다는 데 동의한다'고 답했다. 명절에 참여한 친지모임에서 덕담이나 조언으로 불편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취준생의 절반에 달했다.

2년 째 직장을 구하고 있는 이모(28)씨는 올해 고향에 내려가는 것을 포기했다. 괜히 친척들 앞에서 잔소리나 조언을 들으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자취방에 남아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영어공부를 하는 게 더 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설 연휴 동안 같이 공부할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리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공부를 할 계획이다. 이씨는 "하반기 공채에 20개가 넘는 자소서를 썼지만 며칠 전 마지막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며 "도서관이 문을 닫고 거리가 한적해지는 연휴가 더 외롭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취준생 뿐 아니라 가족이나 친척들에게도 연휴가 불편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괜히 걱정되는 마음에 '눈치 없는 조언'을 던졌다가 모처럼의 명절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서 직장인들의 36.8%는 명절기간 관심이라고 건넨 말이 잔소리가 되지 않도록 특별히 말조심을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온라인상에서는 친척들의 잔소리에 대처하는 방법이 인기를 끈다. 예컨대 친척들의 조언에 대해 자학을 하면서 오히려 질문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거나, 잔소리가 시작할 때쯤 핸드폰을 보며 자리를 피하고, 모든 잔소리에 '그러게요', '네'라고 대답하며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식이다.

취준생이 아니라 막 일자리를 구한 새내기 직장인들도 설 연휴가 그리 반갑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갖은 노력 끝에 취업을 해도 '연봉은 얼마니', '결혼은 언제 하니', '이직 해야지'라는 친척들의 말이 불편해서다.

직장 3년 차 김명진(28)씨는 "명절이면 주변에서 결혼을 언제 하냐고 물어 대답하기 힘들 때가 많다"며 "전세 자금 등 결혼 준비금을 모으려면 아직 한참 남았는데 그런 상황을 아무도 몰라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1년차 정모(28)씨는 "설이라도 주말만 빼고 모두 출근을 해야 한다"며 "집이 가깝고 미혼인 신입사원에게는 명절에도 마음 편히 쉬기 힘들다. 바쁘게 일하는데 언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할 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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