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정권교체 아닌 정치교체"의 숨은 뜻…朴정권과 차별 메시지
반기문 前 총장 “정권 아닌 정치 교체”
친박·친노 타파…제3지대 본격 시동
‘대통합’강조는 범보수 진영·야권 일부까지 껴안는 것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이제는 정권 교체가 아닌 정치 교체입니다. 패권과 기득권은 더 이상 안 됩니다."
12일 오후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은 "아직 출마 발표를 한 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은 사실상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했다. 귀국행 비행기에선 기자들과 만나 "나는 자질을 갖고 있고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며 강한 권력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귀국 직후 반 전 총장이 쏟아낸 메시지는 향후 그가 추구할 정치 구도를 명확히 드러냈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날 정권 교체가 아닌 정치 교체란 새로운 프레임을 꺼낸 것도 박근혜 정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들이 "반 전 총장이 당선되면 박근혜 정권을 연장하는 것"이라고 공격하자 카운터 펀치를 날린 셈이다. 아예 대놓고 '정치 교체' '패권ㆍ기득권 타파'를 언급해 여권의 친박(친박근혜)은 물론 야권의 친노(친노무현) 등 기존 집권세력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아울러 반 전 총장이 내세운 '대통합'은 범보수 진영뿐만 아니라 야권의 일부 세력까지 껴안는 '제3지대'와 동의어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은 이미 어떤 정당에도 몸담지 않고 때가 되면 자신을 지지할 조직을 만들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태다. 설 이전까지 정치적 행보를 자제하며 대국민 접촉을 늘리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문제는 2월 초에서 오는 3월 말까지 이어질 정치권의 이합집산이다. 반 전 총장 측 사무실 관계자는 "설 이후 정치인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본 뒤 연대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 전 총장도 이와 관련, 귀국 직후 "유엔 사무총장은 정치인"이라며 정치 경력을 강조했다. 또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어 대통합해야 한다"면서 "누구하고도 만나 대화하고 같이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제3지대' 혹은 '빅텐트' 시나리오는 이르면 2월 중순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과 가까운 인사들 가운데 새누리당 내에 잔류한 충청권과 친반(친반기문) 의원들의 탈당이 가시화하고, 독자세력을 구축한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재오 전 의원 등과 연대론이 불거지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반 전 총장은 오는 3월 초부터 비문(비문재인) 세력인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비롯해 박지원 전 국민의당 원내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과 본격적으로 교감할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 측의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은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모이라면 오만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빅텐트의 축은 반 전 총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 제3지대의 성패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시기에 달려 있다. 다소 이른 심판이 내려지면 정치권은 요동치면서 불과 6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때 범여권과 중도세력의 후보 단일화 논의가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들을 빨아들일 것으로 점쳐진다.
변수는 바른정당이다. 독자 세력화의 기치를 내건 만큼 반 전 총장이 입당해 경선에 임하지 않는다면, 대선 후보를 따로 내세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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