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삼성그룹의 뇌물죄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해달라고 국회에 11일 요청했다. 소환 조사를 하루 앞두고 위증 고발 요청이 이뤄지면서 특검이 이 부회장을 구속 수사할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김성태 위원장 앞으로 이같은 요청이 담긴 공문을 발송했다. 국조특위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부회장에 대한 위증 고발 방침을 확정하고 고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이 위증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고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위증죄 혐의를 포함해 체포·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의견이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에 대해 "원론적으로 모든 가능성 다 열려있다"고 언급해 구속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검팀이 삼성 측에 이 부회장의 소환 일정을 통보한 상황에서 위증 고발 요청을 한 것은 사실상 '삼성-최 씨-박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뇌물 제공 루트가 상당 부분 파악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최 씨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서도 "나중에 문제가 되고 나서 미래전략실장과 팀장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자리에서 보고받았다"며 "(승마지원과 관련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최 씨의 존재 인지 시점에 대해서는 "정확한 시점을 모르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독대 자리에서 삼성그룹의 승마 지원이 지지부진하다면서 이 전 부회장을 질책했다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대 직후 이 부회장이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승마 지원 문제를 논의했다는 삼성 관계자의 진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청와대의 말씀자료 등을 토대로 2015년 7월과 2016년 2월 각각 진행된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의 구체적 출연금 규모에 관한 상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12일 오전 9시 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 등을 적용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도움을 받은 대가로 삼성그룹이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 씨 측에게 각종 자금을 제공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그동안 검토해왔던 '제3자 뇌물죄'뿐 아니라 직접 '뇌물죄'도 함께 검토한다.
이 부회장이 특검 소환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그룹 2인자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이 부회장의 측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특검 소환조사를 받은 지 사흘만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소환 조사를 받았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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