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삼성그룹의 뇌물죄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해달라고 국회에 11일 요청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김성태 위원장 앞으로 이같은 요청이 담긴 공문을 발송했다. 국조특위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부회장에 대한 위증 고발 방침을 확정하고 고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국조특위 활동은 오는 15일까지다.
특검팀이 사실상 '삼성-최 씨-박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뇌물 제공 루트를 상당부분 수사하고 이에 대한 위증 혐의를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9일 국회 청문회에 나와 "박 대통령과 독대 때 삼성물산 합병이나 기부금 출연 얘기가 오가지 않았다"며 뇌물죄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또 "(2015년 7월 25일) 30~40분 (대통령과) 독대했는데 기부 얘기는 없었다"며 "문화융성이란 단어가 나왔던 것 같은데, 나는 출연을 해달라는 거로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최 씨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서도 "나중에 문제가 되고 나서 미래전략실장과 팀장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자리에서 보고받았다"며 "(승마지원과 관련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최 씨의 존재 인지 시점에 대해서는 "정확한 시점을 모르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검팀은 그러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청와대의 말씀자료 등을 토대로 2015년 7월과 2016년 2월 각각 진행된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의 구체적 출연금 규모에 관한 상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12일 오전 9시 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 등을 적용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에 도움을 받은 대가로 삼성그룹이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 씨 측에게 각종 자금을 제공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그동안 검토해왔던 '제3자 뇌물죄'뿐 아니라 직접 '뇌물죄'도 함께 검토한다.
이 부회장이 특검 소환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그룹 2인자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이 부회장의 측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특검 소환조사를 받은 지 이틀만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소환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에 대해 "원론적으로 모든 가능성 다 열려있다"고 언급해 구속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검팀이 위증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고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위증죄 혐의를 포함해 체포·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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