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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묻·따·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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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세종취재본부팀장

조영주 세종취재본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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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따말'. 젊은이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라는 구절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묻지마 투자'와 같은 표현에서 쓰이는 '묻지마'와 같은 맥락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에서 이 정도는 알아들어야 '아재'나 '꼰대' 소리를 면한다.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등은 기본이다. 청소년들은 초성만으로 대화를 하기도 한다.

정치가 어지럽다. 여당은 쪼개지기 직전이고, 야권은 다음 정권을 잡는 데에만 골몰하고 있다. 여당 내 친박계 인사들은 반성할 줄 모른다. 시민들은 촛불혁명을 통해 탄핵을 이끌어냈는데, 제1야당은 지리멸렬하다.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위한 법리검토에 착수했다. 이르면 봄, 늦어도 여름에는 대선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국민은 한심한 정치인들 사이에서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한다. 진실과 거짓, 실제와 가식, 실력과 허세를 구분하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경제는 위태롭다. 미국은 다음 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보호무역주의를 본격화한다. 미국과 중국의 정치·군사·경제 갈등은 깊어진다. 미국의 금리인상도 지속된다. 달러 값이 오르면서 신흥국의 자본유출이 빨라진다. 신흥국 경제는 힘들어지고, 우리 수출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국내 금리도 오름세다. 1300조원의 빚을 짊어진 가계에는 치명적이다. 주택담보대출에 기댔던 건설·부동산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과 불황 여파로 거제 등 지역경제는 깊은 침체에 빠졌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잘해야 2%대 중반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각종 정책이 최순실 일당을 위한 것이었다는 걸 알아버린 국민은 정부를 믿지 못한다. 공무원들은 '국정파탄의 부역자'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이들의 상처도 깊다. "4년 동안 누구를 위해 일해온 것이냐"는 자괴감에 빠져 있다. 일부 공무원과 가족들은 직접 촛불을 들기도 했다. 공직사회의 생기는 사라졌다. 내년 정책을 제대로 짤 수나 있을지 걱정스럽다. 기획재정부는 새해 경제정책방향을 예년보다 늦은 오는 29일에서야 발표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유일호 경제팀'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초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부총리 내정 이후 "나는 나갈 사람"이라며 약 한 달 간 일에서 손을 놓았다. 지난 12일 재신임을 얻자 "경제 컨트롤타워는 바로 나"라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한국 경제는 문제없다"고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나섰다. 기재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진작 이런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는 말이 나온다.
유 부총리는 친박계 인사 중에서도 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다.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든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다시금 맡았다. 국내 정치는 경제를 위태롭게 할 뿐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정세도 마찬가지다. 한동안 리더십 부재로 갈피를 잡지 못한 정부 경제팀은 느슨하다.

경제부총리 본인의 처지나 안위 따위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오로지 경제를 살리는 데에만 열중해야 한다. 여당이 헤매면 경제부총리가 주도권을 잡고 야당과 협상을 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움직이도록 독려하고 채근해야 한다. 시장 참여자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야 한다.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조직을 추스르고 이끌어야 한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경제를 챙기는 모습, '묻따말경'이다. 여기에 대한민국 경제부총리의 명예를 걸어주기 바란다.






조영주 세종취재본부 팀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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