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인증 완화 여부는 아직…국내 배터리업계 예의주시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중국정부가 국내 기업들이 생산하는 삼원계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버스에 대한 '보조금 금지령'을 해제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산업에 대한 중국의 미묘한 입장 변화에 대해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인증에서 자국 기업들만 통과시키며 벽을 쌓아온 중국이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각 배터리 업체는 '전기버스 안전기술조건'을 만족시킨다는 제3 기관의 검사보고서를 제출해야한다. 이 보고서는 내년 7월 1일까지 제출하면 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제출할 세부조건들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중국산 삼원계 방식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버스가 홍콩에서 화재 사고를 낸 후 안전성 검증을 이유로 올 1월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삼원계 방식 배터리 탑재 전기버스를 제외했다. 삼원계 배터리는 밀도가 높아 오랫동안 쓸 수 있지만 발화점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로 안정성을 문제삼았고, 자국업체가 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방식 배터리 탑재 전기버스에는 보조금을 계속 지급하면서 보호주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아직 안슴하기 이르다는 분석도 많다. 지난달 중국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인증과 관련, 모범규준 개정안을 통해 리튬이온전지 생산기업의 연간 생산능력을 종전 2억와트시(Wh)에서 80억Wh로 무려 40배 높였다. 생산능력이 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국내 기업들의 진입을 사실상 막은 것이다.
LG화학과 삼성SDI는 현재 중국 배터리공장에서 연산 5만대, 4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새 기준에 맞추기 위해선 추가 증설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이 기준에 미달되면 두 회사의 배터리를 쓴 전기차는 중국 정부의 지원금을 사실상 받을 수 없게 된다. 보조금 규모는 차 가격의 최대 절반 수준으로, 새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면 두 회사는 고객사를 잃어 중국 판매를 사실상 중단해야 한다. 생산량을 줄이는 등 중국 시장을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선 상태다.
결국 삼원계 배터리 탑재 버스에 보조금 지급이 재개된다고 해도, 중국 당국이 인정하는 제3기관이 우리 업체의 배터리 안정성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여전히 보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인증 카드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철회를 위한 압박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인증이라는 큰 이슈를 위해 삼원계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버스 보조금 이슈를 먼저 들고나왔다는 얘기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 공장의 생산라인에 변화를 주는 등의 방법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상황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 차원에서의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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