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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길의 분데스리가 돋보기]분데스리가를 뒤흔드는 ‘아이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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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안 나겔스만 호펜하임 감독 A-Z 집중탐구

TSG 1899 호펜하임의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아이돌 감독’이라고 불릴 만큼 그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1987년생, 만 스물아홉 살로 분데스리가 감독 중 최연소, 그리고 53년에 이르는 분데스리가 역사상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사령탑에 오른 감독이다. 우리에게는 대한민국 대표 팀의 왼쪽 수비수 김진수와 함께 일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인연이 있다.

올해 초, 호펜하임이 나겔스만을 1군 감독에 선임했을 때 독일에서는 그의 능력을 의심하는 시선이 많았다. 그의 감독경력은 호펜하임 유소년팀(U17, U19)이 유일했으며, 어린 나이와 경험 부족 때문에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쉴 새 없이 제기됐다. 하지만 호펜하임은 뛰어난 분석 능력을 바탕으로 유소년 팀을 분데스리가 우승으로 이끈 그를 신뢰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토마스 투헬 감독 또한 인터뷰를 통해 자신과 함께 FC아우크스부르크에서 스카우트와 비디오 분석관으로 일한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힘을 실어줬다.
그리고 약 9개월이 지난 지금, 나겔스만 감독은 호펜하임의 2016~2017시즌 분데스리가 무패행진을 이끌며 쟁쟁한 스타 감독들인 카를로 안첼로티(바이에른 뮌헨), 토마스 투헬(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독일의 스포츠 매체 슈포트 빌트(Sport Bild)지는 웬만한 선수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 최연소 감독을 A에서 Z까지 주요 키워드를 정리함으로써 집중 소개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나겔스만

나겔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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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Airwaves (껌)
에어웨이브스(Airwaves)는 나겔스만이 가장 좋아하는 껌 브랜드이다. 카시스(Cassis) 맛을 선호하는 그는 경기 내내 껌을 씹기로 유명하다. 경기 중 계속 소리를 지르다 보면 입이 자주 마르고 물만 계속 마실 수 없기에 차선책으로 껌을 씹는다고 한다.

B - Badezimmer (욕조)
나겔스만은 욕조에 누워 있을 때 가장 많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는다. 목욕을 마친 뒤, 생각했던 모든 것을 흰 종이에 연필과 자를 이용해 옮겨 놓는다고 한다.
C - Christ (기독교)
나겔스만은 기독교인으로 타인을 존경하는 마음과 이웃을 사랑하는 데 큰 가치를 두고 있다. 모든 사람이 서로를 위하고 아낀다면 이 세상은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D - Drohne (드론)
그는 신세대 감독답게 훈련 중 하이테크(High-Tech) 기기를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드론도 그 중 하나인데 훈련 때마다 공중에 띄워 촬영한다. 공중촬영 영상을 통해 전반적인 훈련의 성과와 개인별 선수들의 움직임을 분석한다.

E - Ehrgeiz (패기)
나겔스만은 지기가 어렵다고 한다. 가끔 가족들과 보드게임을 할 때도 지기 싫어 다툴 때가 있을 정도.

F - Familie (가족)
나겔스만의 부인과 한 살짜리 아들은 그의 든든한 후원자다. 그는 일요일마다 진행되는 가벼운 팀 러닝훈련을 종종 취소한다. 그 이유는 선수들이 그 시간만이라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G - Guardiola (과르디올라)
나겔스만은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감독이 수 년 째 보여주는 탁월한 능력과 놀라운 성과에 완전히 매료됐다. 그는 과르디올라가 항상 발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나겔스만은 또한 조세 무리뉴(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지난 3월 별세한 ‘축구 전설’ 요한 크루이프를 존경해 그들의 자서전을 정독했다고 한다.

H - Heimat (고향)
나겔스만은 시간이 될 때마다 자신의 고향 팀이자 마을 클럽인 FC 이씽(Issing)에 들른다.

I - Innenverteidiger (중앙수비수)
나겔스만은 부상으로 운동을 접기 전까지 FC아우크스부르크와 TSV 1860 뮌헨 유소년 및 2군 팀에서 중앙수비수로 활약했다.

J - Jahrgang (동년배)
현재 호펜하임에는 나겔스만 감독과 동갑인 선수들이 세 명 있다. 피르민 슈베글러, 산드로 바그너, 아담 찰라이가 1987년생 동갑내기들이며 주장인 오이겐 폴란스키는 나겔스만보다 심지어 한 살 ‘형’이다.

K - Knopelschaden im Knie (무릎연골 손상)
2008년, 무릎연골 손상이라는 부상으로 인해 그는 선수생활을 그만둬야 했다.

L - Lizenz (자격증)
나겔스만은 독일축구협회 공식 축구 지도자 자격증 시험에서 최고의 성적을 받았다. 눈 여겨 볼만한 것은 이 자격증을 1군 감독이 된 직후 올해 3월에 땄다는 것이다.

M - Meister (챔피언)
최근 학생 기자들에게 그는 호펜하임의 분데스리가 우승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그는 분데스리가 규정상으로는 호펜하임도 우승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재치 있게 대답했다. 2년 전, 그는 호펜하임 19세이하 팀을 이끌고 독일 청소년 분데스리가에서 우승했다.

N - Nadiem Amiri (나디엠 아미리)
올 시즌 호펜하임 선수 중 나겔스만 감독의 신임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선수는 나디엠 아미리(19)다. 그는 지금까지 스물세 경기에 출전했다.

O - Opfer (피해자)
이상하리만큼 나겔스만은 분데스리가에서 피해자 역할을 자주 맡았다. 지난 10월 22일 바이엘 레버쿠젠과 경기에서 로거 슈미트 감독에게 미치광이라는 욕설을 들었다. 지난 시즌에는 FC쾰른의 단장인 요르그 슈미트케가 나겔스만에게 껌을 던지는 사건도 있었다. 나겔스만은 이 두 사건 모두 ‘쿨하게’ 받아 넘겼다.

P - Punkte pro Spiel (경기당 승점)
나겔스만은 올 시즌 경기당 평균 1.77 승점을 올리고 있다. 이 기록으로 그는 호펜하임 역사상 가장 높은 승률을 올리는 감독이 됐다. 나겔스만 이전에는 2008년 호펜하임의 돌풍을 일으킨 랄프 랑닉(현 RB라이프치히 단장)이 경기당 평균 승점 1.44로 1위 자리에 있었다.

Q - Qual (고통선사)
나겔스만은 훈련할 때마다 선수들의 한계를 시험한다. 보통 한 번 훈련할 때 새로운 내용을 다섯 개 알려주면 선수들은 그 중 두 개만을 기억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하루에 열 개를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선수들이 그 중 최소한 네 개라도 습득한다면 그날 훈련은 생산성이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R - Respekt (존경심)
호펜하임 선수들은 나겔스만과 대화할 때 스스럼없이 두첸(Duzen, 존칭 없이 편하게 얘기하는 방식)을 한다. 하지만 평상시 그는 존칭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처음 만난 사람들과 바로 친해지는 타입이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다.
*독일어에도 존칭이 있다. 초면에는 서로 쉽게 말을 놓지 않는다.

S - SMS (문자)
나겔스만은 수시로 세계적인 IT 기업 SAP의 공동창립자이자 호펜하임의 구단주인 디트마 홉과 문자를 주고받는다. 몇 년 전, 울리 회네스 전 바이에른 뮌헨 회장이 그를 유소년 감독으로 영입하려고 시도 했을 때 디트마 홉 구단주가 나겔스만 감독을 끝까지 붙잡은 일화도 유명하다.

T -Tabelle (순위표)
나겔스만이 처음으로 호펜하임을 맡았을 때 팀 순위는 17위였다. 현재 호펜하임은 3위를 달리고 있다. 그가 팀을 맡은 뒤 리그 내에서 호펜하임보다 승점을 더 많이 쌓은 팀은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뿐이다.

U - Uni. (대학교)
나겔스만은 원래 경영학도였지만 스포츠훈련학을 전공하기 위해 학업을 중단했다. 그는 최종적으로 스포츠훈련학 학사학위를 수료했다.

V - Vater (아버지)
나겔스만이 스무 살 되던 해, 그의 아버지가 사망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음에도 그는 장례식을 준비하고 복잡한 서류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그는 이 시기를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회상하며 동시에 인간적으로 한 단계 성숙할 수 있었던 시기라고 말한다.

W - Wirbel (척추뼈)
보통 사람의 척추뼈는 다섯 개다. 나겔스만은 네 개만 가지고 태어났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의 네 번째 척추뼈는 늘 필요이상으로 많은 무게를 지탱하고 있고 언제라도 크게 다칠 위험이 크다. 그가 선수로 뛰던 시절에는 척추뼈가 세 번이나 부러지거나 금이 갔다.

X - Xtreme-Sport (익스트림 스포츠)
나겔스만은 빠른 속도와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한다. 그는 카이트서핑과 바이크를 즐기는 스피드 매니아다. 그의 애마는 아프릴리아사의 투오노(Tuono) 모델이다.

Y - Youngster (청년)
나겔스만은 불과 만 스물여덟 살에 분데스리가 감독이 됐다. 그는 53년의 분데스리가 역사에서 두 번째로 어린 감독이며 그 보다 어렸던 감독은 1976년 만 24세로 자브뤼켄을 이끈 베른트 슈퇴버뿐이다.

Z - Zukunft (미래)
나겔스만은 평생 감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왜냐하면 그는 축구 외에도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의 꿈 중 하나는 다양한 아웃도어 이벤트를 기획하는 에이전시를 여는 것이다.


현재 독일에서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의 인기는 실로 엄청나다. 조세 무리뉴, 펩 과르디올라, 그리고 독일대표팀의 요아힘 뢰브 감독을 이을 차세대 슈퍼스타 감독 1순위로 꼽힌다. 필자 또한 나겔스만과 같은 시절, 같은 리그에서 경쟁한 사람으로서 그와 호펜하임의 지속적인 선전을 응원한다. 오래 전부터 김진수의 플레이를 좋아하는 국내 축구 팬으로서 말하자면, 나겔스만 감독이 김진수의 풍부한 경험과 안정된 수비력에 주목한다면 호펜하임이 시즌 마지막까지 꾸준히 성적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강한길 객원기자


■강한길은 … 1986년 독일의 마인츠에서 태어났다. 마인츠대학에서 하이데거 철학을 전공한 아버지를 따라 다섯 살 무렵 귀국한 그는 초등학교 시절 학생회장을 맡는 등 우등생으로 자랐다. 그런데 부모가 모르는 사이에 축구라는 병에 걸렸다. 육상 및 축구에서 두각을 보인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여러 중학교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다. 중학교 1학년을 마칠 즈음 그의 ‘축구병’이 깊어졌다. 2000년 3월, 그는 축구화 한 켤레에 꿈을 싣고 열두 시간을 날아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당시 열네 살이었다. 독일에서 공부하며 전통적인 명문 축구클럽인 포투나 뒤셀도르프(현재 성인팀 2부리그) 유소년 팀에 입단했다. 2001년에는 VFL 레버쿠젠을 미텔라인선수권 준우승으로 이끌면서 독일축구협회에서 선정하는 미텔라인지방 꿈나무로 선정됐다. 2002년에는 포투나 소속으로 나이키컵 중부독일선수권 및 니더라인 포칼을 제패했다. 독일 최고의 청소년 리그인 U17 레기오날리가, U19 청소년분데스리가를 거치며 유망주로 성장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과 그로 인한 슬럼프로 인해 축구선수로서 꽃을 피울 시기를 놓쳤다. 그는 오랜 고뇌 끝에 축구화를 벗고 공부를 시작했다.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는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축구를 사랑하는 그는 매주 동호인들과 어울려 공을 차고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축구를 챙겨본다. 2006년에 독일에서 월드컵이 열렸을 때는 중앙일보의 대학생 기자로 현지에 파견돼 대회를 취재했다. 아시아경제의 제안을 받아들여 앞으로 객원기자로서 독일 분데스리가와 유럽 축구리그의 소식을 전한다. 주로 현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번역 소개하되 주요 경기에 대한 분석도 시도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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