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막이 매한가지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엄연히 종류가 다르다. 크게 참꼬막, 새꼬막, 피조개로 분류하는데 피조개야 크기가 워낙 달라 쉬 구분할 수 있지만 참꼬막과 새꼬막은 얼핏 보면 생김새가 비슷해 헷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맛은 큰 차이가 있다. 참꼬막은 진한 육즙을 품고 있고 쫄깃한 식감이 두드러지지만 새꼬막은 살이 미끈거려 다소 맛이 떨어진다. 또 갯벌에서 채취하는 참꼬막은 양식이 쉽지 않아 대부분이 자연산이지만 새꼬막은 양식이 가능하고 대량으로 채취할 수 있다.
한참 꼬막을 씻고 삶는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참꼬막 한 접시가 앞에 놓였다. 귀한 몸인 까닭에 개수는 적었고 아직 시기가 무르익지 않은 모양인지 씨알은 잘았다. 과거에는 이 꼬막을 깔 때 수저를 지렛대로 사용하거나 손가락 끝으로 껍질에 패인 골을 잡아 벌리기도 했는데, 요즘은 쉽게 깔 수 있는 도구가 있어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아직 뜨거운 참꼬막 입을 벌리는데 주인이 다급하게 참견을 했다. "안에 있는 국물이 흐르지 않게 까시오. 그 국물을 다 먹어야 된께." 어설퍼 보이는 자가 참꼬막의 '참맛'을 놓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였다.
이 우려에는 꼬막을 이렇게 잘 삶는 것이 쉽지 않다는 자부심도 살짝 배어 있었다. 일찍이 조정래도 올해 출간 30주년을 맞은 소설 '태백산맥'에 꼬막 삶는 일부터 솜씨가 시작된다며 그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잘 삶은 참꼬막에 대해선 이 소설에 이렇게 설명돼 있다. "감자나 고구마를 삶듯 해버리면 꼬막은 무치나 마나가 된다. 시금치를 데쳐내듯 핏기는 가시고 간기는 그대로 남아 있게 슬쩍 삶아내야 한다. 그 슬쩍이라는 것이 말 같이 않게 어려운 일이었다. 알맞게 잘 삶아진 꼬막은 껍질을 까면 몸체가 하나도 줄어들지 않고, 물기가 반드르르 돌게 마련이었다." 자취 시절 꼬막 좀 삶아 본 경험을 덧붙이면 꼬막을 물에 넣고 중불로 삶기 시작해 계속 뒤섞어 줘야 한다. 그러다 보면 삶아진 몇 개가 입을 벌리고 삶던 물은 점점 어두운 색깔로 물들어 가는데 이때 불을 꺼야 한다. 모두 입을 벌리기 기다리면 꼬막의 참맛은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김철현 디지털뉴스룸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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