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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언어 지키는 문학戰士' 응구기 와 시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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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박경리문학상 선정…"김지하 시인의 영향 받아"

응구기 와 시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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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현대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케냐 출신의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Ngugi wa Thiong'o·78)는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 1순위로 꼽힌다. 노벨상 시즌이 되면 그의 집 앞에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새벽부터 진을 쳤다. 한 번은 발표가 난 이후 그가 기자들을 집으로 불러 커피를 대접하며 위로를 해준 적도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19일 한국을 찾은 응구기는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상을 받을만하다고 인정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했다. 대중음악가 밥 딜런이 문학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서는 "문학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했다.

응구기는 2016 제6회 박경리문학상에 선정됐다. 그는 "개인적인 인연 덕분에 더욱 의미가 깊은 상"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수상 소식을 듣고 인터넷에서 자료를 검색해 고 박경리 선생의 작품 '토지'의 중요성과 의미를 깨달았다. 무엇보다 선생의 사위가 김지하(75) 시인이라는 사실이 각별하게 다가왔다. 1970년대에 그가 작가로서 영향을 받았던 인물이 바로 김지하 시인이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응구기는 1976년 일본에 갔다가 우연히 영어로 번역된 김지하의 시집 '민중의 외침'을 접했다. 작품에 매료돼 케냐 나이로비대학의 수업교재로까지 사용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상당했다. 이듬해인 1977년 그는 케냐 지배층의 실상을 고발한 풍자극을 썼다는 이유로 재판도 없이 투옥됐다. 종이도 없는 감옥에서 휴지에다 글을 써내려갔다. 이때 쓴 소설이 케냐 토착어인 기쿠유어로 쓴 첫 소설 '십자가 위의 악마'다. 응구기는 "김지하의 시 '오적'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도 감옥에서 작품을 썼는데, 그런 상황이 나와 비슷했다"고 했다.

국제사면위원회의 도움으로 1년 후 감옥에서 풀려난 뒤 응구기는 미국으로 망명해 예일 대학, 뉴욕대학 등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영국 식민 지배 하의 케냐에서 태어나 영어로 교육을 받고 자랐던 그는 청년 시절 케냐의 독립운동인 마우마우 전쟁을 겪으며 많은 주변인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후 독재정권의 눈을 피해 망명 생활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않았다. 제임스 응구기라는 영어 이름도 버렸다. 김우창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장(79)은 "여러 경계가 착잡하게 교차되는 위치에서, 경계들을 넘어 문제들의 복합적 지평을 널리 보게 한다"고 그의 작품을 평가했다.

응구기는 자신을 "아프리카의 언어와 세계 각지의 소외받는 언어들을 위해 투쟁하는 언어전사"라고 소개했다.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배하면서 언어를 말살시키려 했듯이 케냐도 영국 지배를 받으면서 고유어인 기쿠유어가 억압당했다"며 "김지하 시인이 한국어로 작품을 썼지만 내가 거기서 지대한 영향을 받았던 것처럼, 소수 언어가 갖고 있는 나름의 중요한 역할이 있다"고 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울지마 아이야'(1964), '한 톨의 밀알'(1967), '피의 꽃잎'(1977), '십자가 위의 악마'(1980) 등이 있다. 응구기는 22일 오후 4시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리는 박경리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나선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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