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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바둑에서 중요한 건 상대에 대한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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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교육박람회'서 중·고등학생 대상 강연
과거보다는 미래, 승패보다는 복기가 중요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못하는 걸 억지로 하기보다,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즐기세요."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33·사진)이 20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 열린 '행복교육박람회'에서 중·고등 학생들을 만나 이같이 격려했다. 그가 다수의 대중들 앞에 강연자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인공지능 시대의 인성교육'이라는 주제를 들고 나온 이세돌 9단은 본인의 과거 대국 경험을 예로 들며 "바둑은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에서 출발한다"고 소개했다. 바둑은 기본적으로 두 사람이 하는 게임이고,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 외에도 예절과 소통, 배려 등을 중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성을 함양시키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세돌 9단이 바둑에서 승부를 낸 이후에도 유난히 복기(復棋)를 열심히 하는 습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바둑을 두면서 내가 또는 상대방이 어디서 어떤 수를 잘 뒀고, 어디에서 실수를 했는지 점검하고 반성하고, 상대의 생각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는 "바둑으로 승부를 겨루긴 하지만, 스포츠가 아닌 예술로 배웠기에 바둑을 두는 한판 한판이 예술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과정이라고 여긴다"며 "지금 현재가 가장 중요하지만, 또 과거보다는 미래가 중요하기에 복기가 지나간 승패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세돌 9단은 그러면서 "나도 딸을 키우는 부모로서, 이따금 다른 아이와 비교를 하다 스스로도 깜짝 놀랄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바둑에서나 인생에서나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은 본능에 가깝지만 우리사회는 너무 경쟁에 치우친 면이 있다는 우려였다.

그는 "학생들이 꼭 공부를 잘하고 어떤 일을 잘 하는 것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신나게 즐기는 것, 조금 뒤쳐지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만족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바둑인으로 지내오면서 최정상에 올라설 수 있었던 힘, 또 한 때나마 슬럼프에 빠졌다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으로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꼽았다. '그동안에도 잘 해왔으니 여기서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을 계기 삼아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올해 초 알파고와의 대결과 같은 엄청난 심리적 부담감이 느껴지는 상황에서도 바둑을 '신명나게' 즐길 수 있었다고 했다.

강연 후 이어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세돌 9단은 "알파고는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새로운 바둑상대였고, 그래서 다소 방심한 탓에 좋은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머지 않아 인간과의 재대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대국 당시 알파고는 완벽하지 않았고, 인간이 제대로 준비만 했다면 충분히 승부를 겨뤄볼 만한 실력 정도였다는 게 그의 평가다. 이세돌 9단은 "구글 딥마인드에서는 더욱 완벽한 프로그램을 보여주기 위해, 인간 입장에서는 인간이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2차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알파고와 대결한 이후 곳곳에서 불고 있는 바둑교육 열풍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다만 어린 학생들이 이른 나이부터 이런저런 사교육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에서 부모의 바람에 쫓겨 바둑을 고작 5~6개월 배워서는 실력을 갖출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세돌 9단은 "바둑은 기본적으로 사고력을 높여 주고 한번 배워놓으면 평생 좋은 취미가 될 수 있지만 상당수 학부모들이 바둑을 너무 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일주일에 최소 3일 이상 꾸준히 배우고, 최하 9점에서 6점 정도는 놓을 수 있는 실력이 돼야 아마추어로서 바둑을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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