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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단弄단] 알파바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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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진찬 사회비평가

마진찬 사회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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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딥마인드사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대결은 승패와 무관하게 승자는 구글이었다. 인공지능이라는 영역에서 구글은 자신의 존재감을 세계인의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두 번째 승자는 일본바둑이었다. 알파고의 ‘고’는 바둑을 뜻하는 일본어다. 바둑의 영어표현으로 ‘Go’가 선점되어 널리 쓰이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바둑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것이었으나 이세돌-알파고 대결을 통해 바둑의 영어표현은 ‘고’라는 일본어가 주도권과 대중성을 동시에 거머쥐게 된 셈이다. 뉴욕타임즈에서도 이세돌을 'Korean Go player'라고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그 기사를 쓴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만약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즉, 바둑의 영어표현이 'Ba(혹은 Baduk)'로 선점되어 있고, 구글의 프로그램 이름이 '알파바'이고 알파바와 일본 기사가 대결을 하고 일본인이 뉴욕타임즈에 기사를 싣는 상황이었다면, 그 일본인은 일본 기사를 절대로 'Ba player'라고 표현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Ba를 Go로 바꾸려고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아는 일본이다.

얼마 전 일본마작(Japanese Majong)이라는 보드게임을 보았다.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로 그 마작이었다. 중요한 것은 이름이 ‘일본 마작’이라는 거다. ‘상하이 마작’이라는 컴퓨터게임이 있다. 사용하는 패는 마작에서 쓰이는 패인데 내용은 단순한 퍼즐 풀이다. 일본마작이라는 용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백하다. 상하이마작(즉 중국 마작)은 애들이나 하는 심심풀이 놀이고 일본마작은 고도의 수읽기가 필요한 지적 게임이라는 거다. 어휘 하나에 전략이 스며들어 있다. 사실 뉴욕타임즈까지 갈 필요도 없다. 국내 주류신문사에서 발행하는 영자신문조차도 이세돌을 'Go player'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세돌-알파고 대국 소식을 들었을 때, 이세돌이 승리하면 프로그램의 이름을 알파바로 바꾸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우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했다. Go가 널리 쓰이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기회는 있다. 지금 한일 바둑 수준이 우리에게 유리하다. 세계 대회 성적이 우리가 앞서 있기 때문에 세계 언론에 우리 기사가 더 많이 소개된다. 해외 언론에 실리는 경우 적어도 한국 기사는 반드시 Ba player(발음에서 Baduk보다는 Ba가 더 유리하다.)로 써 달라고 요구하고 당연히 국내 발행 영자신문부터 Ba로 표기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번 이세돌-알파고 대전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모른다.

한국기원 영문홈페이지에 바둑관련 용어가 나오는데 일본어 표현이 먼저 나오고 두 번째로 중국어, 세 번째로 한국어 표현이 나온다. 한국기원 홈페이지에 일본어 표현이 실려야 할 이유가 뭔가? 게다가 첫 번째가 일어표현이다. 위키백과에서 보드게임 항목에 Go는 문서가 나오지만 Baduk으로는 문서가 없다. 이런 현실에 대한 한국기원의 대응전략이 있을까? 해외에서 바둑 보급에 힘쓰는 우리 기사들은 Ba/Baduk이라는 표현을 쓰고 각종 어휘도 ‘코미’나 ‘아타리’가 아니라 ‘덤’, ‘단수’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 일본이 몇 걸음(아니 아주 많이) 앞서 있지만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

다음 주면 응씨배의 우승자가 결정된다. 박정환의 우승을, 그리고 세계 언론이 박정환을 Ba player라고 표현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마진찬 사회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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