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연출계 거장 헤닝 브록하우스, 도극한 무대 구성 선보여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무대에 올리는 일은 연출가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다. 1853년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을 베르디가 오페라로 선보인 이래로 '라 트라비아타'는 지금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가장 많이 상영되고 있는 작품이다. 연출가 헤닝 브록하우스(71)의 선택은 전통과 파격이다. 원작 소설과 베르디의 음악을 충실하게 재현하되 무대 위에는 거대한 거울과 화려한 그림을 배치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음 달 있을 그의 공연에 '더 뉴 웨이(The new way)'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다.
그는 뛰어난 색채 감각과 함께 작은 소품 하나에서부터 마지막 커튼콜까지 세밀하게 계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브록하우스 버전의 '라 트라비아타'를 선보인 것은 1992년 때다. 독특한 무대장치와 화려한 장식으로 초연 당시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공연이 시작되면, 조명 하나 없는 어두운 무대 위에 가로 22미터, 세로 12미터의 거대한 거울이 45도로 비스듬히 세워져있다. 관객들은 무대 위의 모습이 반사된 거울을 통해 두 개의 시점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오는 11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선보이는 공연 역시 초연 당시의 무대와 의상, 소품 등을 그대로 재현할 예정이다.
브록하우스는 17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거울 이미지를 통해 관객들은 커튼 뒤에서 훔쳐보는 관음증 환자처럼 평소에 볼 수 없었던 무대 위 상황을 볼 수 있게 된다. 또 수평적인 모습과 수직적인 모습을 동시에 비춰주는 효과도 있어서, 작품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끌어준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11월8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된다. '비올레타' 역은 소프라노 글래디스 로시, 알리다 베르티, 알프레도 역에는 테너 루치아노 간치가 맡았다. 제르몽 역은 세계적인 바리톤 카를로 구엘피가 연기한다. 지휘자 세바스티아노 데 필리피가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