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도심의 흉물, '보존·규제'로 방치되고 있다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서울 소공로 '양복점 거리' 재개발
부영, 호텔 건설 위해 1721억 매입
서울시 "오래된 건축물 무조건 보존"
필로티 등 개발방식 놓고 답보상태

도심의 흉물, '보존·규제'로 방치되고 있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땅은 곧 돈이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에선 특히 그렇다. 땅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황금알을 낳을 수 있다. 하지만 인허가 과정은 늘 험난하다. 문화재나 학교 등과 관련한 규제들이 얽히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가치가 높은 땅일수록 규제는 더욱 촘촘하다. 이로 인해 도심의 금싸라기 땅이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 중구 소공로 일대 6562㎡ 땅과 7채의 건물이 대표적인 예다. 웨스틴조선호텔과 왕복 5차선 도로를 두고 마주해 있는 이곳은 한국은행까지 이어진다. 1930년대 지어진 노후 건물들인데 겉모습을 보면 에어컨 실외기 줄과 수도관이 어지럽게 노출돼 있다. 건물 입구엔 지난해 12월22일 영업을 종료했다는 안내문과 함께 광고 전단지들이 곳곳에 널려 있고, 외벽엔 오래된 광고판이 찢겨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주차장으로 사용하던 건물 뒤편 땅은 곳곳이 파헤쳐진 채 방치돼 있다. 한국은행에서 서울시청으로 향하는 길은 이 건물들이 위치한 구간부터 폭 1.5m 정도로 좁아진다. 비가 내린 지난달 31일 우산을 든 성인 2명이 겨우 지나갔다. 소공로에서 만난 한 시민은 "인도가 갑자기 줄어들어 보행에 불편이 크다"면서 "건물의 상점들이 모두 짐을 싼 이후에는 해가 떨어지면 삭막해진다"고 말했다.

이 땅과 건물은 부영주택이 2012년 삼환기업으로부터 1721억원에 사들였다. 지상 27층, 850실 규모의 호텔을 짓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부영의 이 같은 계획을 담은 '소공동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을 통과시켰다. 관광숙박업(관광호텔) 사업계획도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서울시 건축심의위원회의 심의와 건축 허가만 남은 상태였다.

그런데 총 7개의 건물 중 5채를 시가 '근현대 건축자산'으로 지정, 건물을 최대한 보존하라고 권고하면서 사업이 삐걱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사대문 안의 210개 건축물을 근현대 건축자산으로 지정했는데 여기에 포함된 것이다. 문화재청에 등록된 문화재는 아니지만 사업자는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을 따를 수밖에 없다. 사업을 위해 임차인들을 모두 내보낸 후에도 방치되고 있는 이유다.
시와 부영은 협의에 나섰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는 기존 근현대건축물의 격자형 입면디자인 차용 등 흔적을 남길 것과 보행로 확대, 고층부(6층 이상)는 분리해 개방감을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보행로를 넓히면서 건물을 보존하는 동시에 고층부분은 따로 떼어내라는 것이다. 건물을 공중으로 띄워 보행로를 만드는 것도 논의됐지만 안전성 문제가 걸림돌이다. 해당 건축물은 정밀 안전진단 결과 D등급(사용제한)을 받았다.

오래된 건축물을 무조건 보존하도록 규제하는 것이 정답이냐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전봉희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건축 기술상 건물을 띄워서 보존하는 게 가능하지만 그런 사례는 본 적이 없다"면서 "해당 건물들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이경훈 국민대 건축학과 교수는 "논란의 핵심은 소공로가 갖고 있는 경관을 어떻게 보존할지의 문제"라며 "건물을 들어 올려 필로티 방식으로 하는 건 도시미관을 오히려 해칠 수 있기에 기존 도로 선을 보존하면서 보행로를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