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수석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됐지만 그는 어떤 면에선 오히려 입지가 더 든든해진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우 수석에 대한 보호ㆍ 신임 의사는 흔들림이 없는 것은 물론 점점 더 강력해져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대통령이 임명한 특별감찰관에 대한 청와대의 거센 비난에 이어 휴일인 21일에 나온 청와대 한 관계자의 발언에서도 대통령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우병우 죽이기의 본질은 임기 후반기 식물 정부를 만들겠다는 의도"라는 말에 담긴 인식은 '우병우=정권'이라는 일체감까지 시사하고 있다. 보수 언론들까지 "박 대통령은 만사 제치고 우 수석의 옷부터 벗겨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그러나 청와대는 물론 여당의 이 같은 기류조차 다수 국민의 격앙된 여론에는 한참 못 미친다. 보수 언론도 "청와대의 판단력이 단단히 고장 나 있지 않고서야 이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국민들이 우스운가"라는 격렬한 비판을 넘어 "대통령이 우병우씨를 이렇게까지 감싸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의문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우병우 의혹'이 '우병우 지키기 미스터리'로 바뀌는 듯한 양상이다. SNS 등에서는 "대통령과 현 정부 주요 인사들이 우 수석에게 단단히 약점이라도 잡힌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돌고 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21일 현안브리핑에서 밝힌 것처럼 청와대가 왜 "빈대 잡으려다 그나마 남은 초가삼간마저 태워버리는" 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지, 우병우 사태는 점점 '불가사의'가 돼 가고 있다. 의혹투성이 우 수석의 운명에 정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거는 듯하는 그 수수께끼의 해답이 이번 주에 얼마나 드러날는지, 올림픽 게임 이상의 흥밋거리다. 단 거기엔 열광과 박수 대신에 환멸과 짜증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