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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아파트 내력벽 철거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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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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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로 대표되는 공동주택을 리모델링할 때 내력벽 일부를 없애도 될까. 최근 정부의 정책 전환을 두고 이런 질문이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 1월 리모델링하는 공동주택의 내력벽 최대 20%를 철거할 수 있게 허용하는 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런데 의견수렴을 해온 정부는 최근 이런 방침을 백지화했다. 추가 시험 등을 통해 안전성 입증부터 철저하게 한 후에 검토하겠다고 한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당초 방침을 철회한 것은 이례적이다. 입법예고를 하기 전에도 적지 않은 이론적 검토와 시뮬레이션 등을 거쳤기 때문이다. 정책 담당자로서는 '갈지자' 정책 행보라는 비판을 받으며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가능성마저 있다. 하지만 안전이라는 절대 명제 앞에서 본다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한 것이다.

내력벽은 건축물을 지탱하는 기둥에 해당된다. 거의 대부분의 아파트는 벽이 기둥 역할을 하는 '벽식 콘크리트 구조'다. 따라서 내력벽을 일부라도 허물어내는 것은 구조체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행위다.

사실, 이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건 안전성 확보 여부다. 일부일지라도 내력벽이 철거되면 건물의 안전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30여년 건축시공업무와 연구에 종사한 전문가는 "상업용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아파트도 벽을 허물고 충분히 보완하면 괜찮다고 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했다. 벽식 구조의 아파트와 기둥식 구조의 상업용 건물은 기본 조건부터 다르다는 점에서다. 내력벽 철거를 감안한 아파트로 계획되거나 시공되지 않았고, 노후 아파트의 구조설계도가 남아있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점도 들었다.
정부가 내력벽 철거 허용방침을 철회하자 업계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책이 일관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정부의 방침 선회로 인해 리모델링 사업들이 중단되면서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목소리다. 리모델링을 추진해온 입장에서는 예정됐던 인센티브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억울한 심정이 들 수 있다.

내력벽 일부를 철거하는 문제는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데 중요한 변수다. 리모델링은 골조를 그대로 둔 채 노후설비를 교체하고 공간형태를 변경·확장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공간 변화에는 한계가 있다. 옆집과 내력벽으로 구분돼 옆으로는 확장하지 못하고 앞뒤로만 공간을 넓힐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형적 실내구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좌우측으로 넓힐 수 있다면 3베이 아파트를 4베이 등으로 다양한 실내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업계는 현재의 기술력으로 보수ㆍ보강하면 내력벽 일부 철거에 따른 안전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리모델링이 골조 콘크리트를 재활용하면서 입주민의 생활편의를 높일 수 있는 대안이자, 재정착 비율이 높아 건강한 지역 공동체를 조성할 방안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건물 구조의 안전과 관련된 이슈라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 규제 철폐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안전에 관해서는 최대한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이 옳다. 많은 사람들이 기거하는 건축물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우리 사회는 1970년대 와우아파트 붕괴나 1990년대 삼풍백화점 붕괴 등으로 수많은 인명 피해를 경험해 왔다. 더욱이 노후 아파트 리모델링에 대한 규제는 많이 완화됐다. 수직증축 허용 조치는 불과 2년 전의 일이다. 지하층을 만들고 3개 층까지 더 얹을 수 있으며, 최대 15%까지 주택 수를 늘려 일반분양도 가능해졌다. 수직증축 리모델링부터 정착시키며 안전성을 입증받는 것이 급선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민호 기자 sm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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