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유보금'은 기업에 대한 많은 오해 가운데 하나다. 일반적으로 '유보금'이라는 단어의 틀에 갇혀 마치 회사에 쌓아둔 현금처럼 알고 있다. 하지만 사내유보금이란 생산시설이나 공장 부지 등 일체의 자산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현금성 자산'은 그 일부에 불과하다. 기업을 설립한 이후에 매년 벌어들이는 이익에서 세금과 배당을 뺀 금액을 '회계적으로' 기록한 것이 바로 사내유보금이다.
이제는 신문에서조차 "기업들이 곳간에 쌓아둔 사내유보금이 수백조원" "기업의 과도한 유보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데 써야"식의 황당한 문구를 보게 된다. 유보금을 줄이려면 적자를 내든지, 이익을 낸 것보다 주주들에게 더 많이 배당을 해주든지, 무상증자를 해서 회계상으로만 줄이든지 하는 세 가지 방법 외엔 없다.
'김영란법' 역시 마찬가지다. 이 법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국회의원들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일 게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국회의원은 선출직이지만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금품수수의 경우 예외 없이 '김영란법'을 적용받는다.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넘지 못한다는 이른바 '3,5,10' 원칙도 똑같이 적용된다.
팩트가 명확한데도 상당수 언론들은 이를 무시한다. 실제로 모르는 건지,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알쏭달쏭하다. 사내유보금의 경우 '기업 때리기'라는, 김영란법의 경우 법 자체에 대한 '흠집내기'라는 정치적 의도가 있어 보인다.
기자란 상식으로 포장된 세상의 편견과 싸우는 집단이다. 기자는 가장 상식적이지만 때론 상식을 의심할 줄 알아야 한다. 기자의 합리적 의심은 그런 점에서 면책이 되며, 공적인 영역에 속한다. 그렇다면 기자들도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라고 판결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은 오히려 기자들에겐 명예로운 일 아닐까. 앞서의 그 선배는 가훈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진실을 감추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진실을 말해야 하는 것"이라고.
이의철 금융부장
이의철 기자 charl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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