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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행성 놓친 특별감찰, 실체 규명은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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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49·사법연수원19기)에 대한 특별감찰이 사실상 공개감찰이나 다름없게 진행되면서 기본적인 '밀행성'조차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별감찰관법상 감찰은 비밀스럽게 다뤄져야 해서 그 내용은 물론 감찰 착수와 종료 사실도 공표·누설이 금지되어 있지만 조사 착수 초입부터 특별감찰관 외부로 정보가 새는 격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별감찰관은 우 수석의 의경 아들 복무 특혜 의혹, 처가 회사를 통한 재산 축소 신고 의혹, 진경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49·검사장)에 대한 인사검증 부실 의혹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언론을 상대로 "법에서 정한대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감찰 조사 착수 시기는 박근혜 대통령이 여름 휴가에 들어가기 직전인 지난 주말로 전해졌다.
문제는 2014년 3월 제정된 특별감찰관법은 특별감찰관 등과 파견공무원으로 하여금 감찰내용은 물론이거니와 감찰 착수 및 종료 사실에 대해서도 공표·누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측근 등의 권력형 비리를 근절하고 공직사회의 청렴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의 친인척 등의 행위를 감시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비리행위를 방지하고자 도입된 제도다. 대통령의 4촌 이내 친족과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의 비위행위가 감찰대상이다. 차명계약이나 공적인 수의계약에 간여하거나, 인사 관련 부정 청탁, 금품·향응 수수, 공금 유용 등이 포착되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한다.

권력의 최측근을 직접 겨냥한다는 점에서 여느 조사·수사 못지않게 밀행성이 요구되는 작업이지만 감찰 착수 초입부터 이미 온 국민이 감찰 대상과 내용의 대강을 짐작하게 하고 있다. 우 수석 의혹을 파헤치기 앞서 감찰 착수 여부를 누설한 이부터 색출해 책임을 물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격이다.
이와 함께 의혹의 큰 줄기는 감찰대상조차 해당하지 않아 오히려 실체 규명에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우 수석의 처가가 2011년 넥슨 측에 강남 부동산을 매각하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는지 여부는 감찰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 특별감찰관법이 신분관계 발생 이후의 비위행위로 감찰대상을 한정하고 있어 작년 2월 이전의 비위행위는 감찰대상이 아니다.

의혹 대다수가 이미 고소·고발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상황에서 오히려 특별감찰이 실체 규명을 지연시키는 시간벌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 수석 관련 의혹이 형사처벌이 필요할 만큼 중하다면 결국 검찰 수사를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

특별감찰관은 감찰결과 범죄혐의가 명백하면 검찰총장에게 고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도주·증거인멸 등을 방지하거나 증거확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 검찰총장에게 수사의뢰하도록 되어 있다. 특별감찰은 원칙적으로 착수 1개월 이내 마쳐야 하고, 대통령 허가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검찰 수사계획 수립이나 진행은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처벌할 때까지 수사 중단은 있을 수 없지만 상황에 따라 시기를 조절할 수는 있다고 본다"면서 "특별감찰이 어느 범위에서 진행될지 파악된 바 없고, 전례가 없어 (수사를 언제, 어떻게 진행할지) 내부적으로 논의를 더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특별감찰관 제도는 그간 유명무실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전·현직 검사장 등 고위 공무원 비위가 잇따라 불거지며 사정기능이 제 구실을 못했다는 지적의 연장선상이다. 박 대통령은 제도 시행 9개월만에야 초대 특별감찰관으로 이석수 변호사를 임명했고, 우 수석이 사상 첫 특별감찰 대상에 오르며 제도 시행 2년 만에 구실을 하게 됐다. 검사 출신으로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특검 당시 특별검사보로도 활약했던 이 특별감찰관은 우 수석의 대학 3년 선배로 사법연수원 기수도 한 기수 앞선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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