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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 넘는 조선①]'니스 테러' 생사의 위기에서 건진 '귀한 50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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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 위기극복 자금 마련하러 유럽행
니스 테러 현장서 가까스로 빠져나와, 프랑스·그리스 돌며 5000억원 마련
"9월 회사채 막는 것은 문제 없어…소난골 올해 인도 합의"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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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김혜민 기자]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는 얼마 전 '목숨을 건 출장'을 다녀왔다. 프랑스 니스에서 트럭 테러가 일어난 14일 저녁, 그는 사건 현장에 있었다. 선주를 만나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해안가를 달리던 승용차가 갑자기 멈춰섰고, 꽉 막힌 도로는 사람들의 비명소리로 아비규환에 휩싸였다. 앞에서는 총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정 대표는 "운전기사가 재빨리 역주행해서 골목으로 들어가 현장을 빠져나왔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근 아시아경제와 만난 정 대표는 그때 테러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당초 정 대표는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인 소난골이 발주한 1조원 규모의 해양플랜트 2기를 이달까지 인도해서 직원 월급 등 운영자금에 사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난골이 자금 사정을 이유로 인도를 연기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2주 전 '목숨을 건 출장'을 떠난 것도 그래서다. 해비테일(인도시 선박대금의 대부분을 받는 것) 방식으로 계약한 선주를 설득해 대금을 앞당겨 받으려고 니스로 휴가를 떠난 선주를 찾아간 것이었다. 다행히 성과는 있었다. 프랑스에 이어 그리스를 돌며 5000억원을 마련했다.

정 대표는 "9월에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막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1조원의 반을 채웠으니 한달 정도 시간을 번 셈"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차질을 빚었던 소난골 해양플랜트도 연내 인도를 마치기로 선주측과 최근 합의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정 대표는 지난달 취임 1년을 맞았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한차례 이끌었던 경험(2001년~2006년)이 있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정 대표는 회사의 현 상황에 대해 "파도가 밀려오듯이 (악재가) 하나 지나가면 뒤에 또 오고 또 온다"고 표현했다.

국내 조선업계 상반기 수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줄어들었다. 역대 최악이다. 정 대표는 "그 동안 중국경제 덕분에 유례없는 20년 호황이 이어졌지만 이제 그런 호황은 없을 것"이라며 "지금은 불황의 최저점이라 보고 3~4년은 있어야 시장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으로 1년간 세운 수주목표(7월 초~내년 6월 말)는 최대 70억~80억 달러다.

수주 가뭄에 시달리지만 저가 수주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조선소들이 (저가 수주 문제를) 뼈져리게 느끼고 있다"며 "은행들도 저가 수주라고 판단되면 선수금 환급보증(RG)을 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RG는 조선사가 파산하면 은행이 선주에게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는 지급보증을 말한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지난 20일 조선업종노조연대 총파업에 불참했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채권단이 지원을 끊겠다고 압박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도 "(공적자금을 받은) 우리가 파업을 하면 빨리 회사 문을 닫게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노조를 설득하고 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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