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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크라우드펀딩 기업을 가다]<9>中企 채권회수 돕는 소프트웨어…투자자 마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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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이자 CEO인 스티븐 렌윅
사업가 아버지 덕에 창업 아이디어 얻어
중소기업에 신용리스크 분석 등 통합 솔루션 제공

스티븐 렌윅 사타고 CEO가 인터뷰가 끝난 후 사진 촬영을 위해 인터내셔널 빌딩 1층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티븐 렌윅 사타고 CEO가 인터뷰가 끝난 후 사진 촬영을 위해 인터내셔널 빌딩 1층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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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영국)=아시아경제 최서연 기자] 영국 런던 지하철 타워힐 역에 내려 걸어서 5분 정도에 도착한 세인트캐서린 웨이의 인터내셔널 빌딩. 인근에 템스 강과 런던 타워가 있는 이곳 2층에 들어서자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대학 동아리방 같은 느낌을 주는 이곳은 영국 스타트업의 허브로 불리는 '레인메이킹 로프트(Rainmaking loft)'다.

레인메이킹 로프트는 여러 스타트업들이 사무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곳이다. 이곳에 입주한 스타트업은 런던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인 월 349파운드(약 52만원)와 약간의 부가가치세를 지불하고 6개의 회의실, 8개의 폰부스, 샤워실 등 다수의 공간을 공유한다. 저렴한 비용에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다양해 많은 스타트업들이 입주를 원하고 있다. 이곳에 입주했다면 가능성을 인정받은 스타트업이라고 볼 수 있다.
영국에서 '채권을 제때 회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회사로 유명한 스타트업 '사타고(Satago)'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 4월27일 이곳을 방문했을 때 사타고의 직원 12명도 칸막이 없는 긴 책상에서 컴퓨터 너머로 대화를 하며 일하고 있었다.

사타고의 창업자이자 최고 경영자(CEO)인 스티븐 렌윅(Steve Renwick)씨는 창업 전 다양한 분야를 거쳤다. 유전학 박사 과정을 거친 후 제약 분야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옥스포드 대학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독일계 IT비즈니스 인큐베이팅 업체인 로켓인터넷의 베를린 본사와 런던 지사에서 일하며 전 세계에 전자상거래 업체를 세우는 일을 했다.

사타고의 창업 아이디어는 고향인 스코틀랜드에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가업을 이어가던 아버지로부터 얻었다. 아버지가 하도급 대금을 제 때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중소기업이 매출 채권 등을 제 때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솔루션을 개발하면 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채권 관리를 전담하는 직원을 두기 힘든 중소기업이 이런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회사 이름을 라틴어로 '채권자를 만족시킨다'는 의미인 사타고로 지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사타고는 중소기업이 고객들로부터 결제 대금이나 요금 등을 제 때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타고의 고객인 기업을 대신해 이메일 등을 통해 지급일자를 알려주고, 지불 청구서도 보내는 일을 하는 것이다. 현재 1000개가 넘는 중소기업들이 사타고의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사타고 서비스를 이용한 기업들이 지급 기한 보다 먼저 회수한 돈의 합계가 7억 파운드(약 1조5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기업의 잠재적인 파트너의 신용보고서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고 고객들의 신용리스크를 분석하고 관리하는 일도 한다. 고객들이 예정된 지급일보다 돈을 더 빨리 받고 싶어 할 경우 사타고가 80%까지 먼저 입금을 해주고 추후에 이를 받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회사 규모 등에 따라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다른 맞춤형 서비스의 경우 월 83파운드(약 12만원)의 사용료를 받는다고 한다. 스티븐 렌윅 CEO는 "중소기업의 자금 융통을 도와주는 기업들은 많지만 이 같은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는 없다는 것이 사타고만의 특화된 서비스"라고 말했다.
사타고의 직원들이 컴퓨터 모니터 너머로 대화를 나누며 일하고 있다.

사타고의 직원들이 컴퓨터 모니터 너머로 대화를 나누며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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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크라우드펀딩이 없었다면 지금의 사타고도 없었을 것이라 말한다. 그가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했을 당시 사업 아이디어 밖에 없었다. 옥스퍼드 MBA에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냈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계획으로 2012년 혼자서 사타고를 설립했고 그 해 7월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시더스(Seedrs)로부터 3만파운드(약 5000만원)의 창업 자금을 지원 받았다. 투자자들은 파워포인트와 주방 바닥에 앉아 사타고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는 그의 영상만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이후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소프트웨어를 만들 기술 분야의 파트너를 찾는데 5개월을 보낸 끝에 아담 호너(Adam Horner)씨가 사타고의 최고기술경영자(CTO)로 합류했다.

렌윅 CEO는 "당시에는 사업의 실체가 없고 아이디어만 있었기 때문에 3만 파운드라는 금액을 투자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스타트업에게 크라우드펀딩이란 자본시장의 큰 손들이나 대출기관, 가족이나 친구에 대한 의지 등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렌윅 CEO는 영국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다. 영국을 넘어 미국과 호주로 진출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우선 큰 회사를 만들고 그 이후에는 투자자들에게 많은 이익을 돌려줄 수 있도록 3~5년 안에 다른 회사에 매각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올해 한국 정부가 도입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성공을 위해서는 영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렌윅 CEO는 "다른 국가들의 경우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너무 적고 정부의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하고 제한이 많다"며 "영국은 스포츠게임에 배팅을 하는 것처럼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 자유로워 크라우드펀딩 분야의 리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크라우드펀딩의 매력은 단순히 자금조달의 수단을 넘어 회사를 함께 성장시킬 수 있는 팬을 확보하고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이라며 "한국의 스타트업들도 주저하지 않고 직접 부딪혀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후원=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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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영국)=최서연 기자 christine8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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