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EU 탈퇴는 2차 세계대전 후 진행됐던 유럽 통합의 역사가 중단되고 유로존·EU 체제가 붕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기축통화 중 하나인 영국 파운드화가 폭락하면서 새로운 통화전쟁이 발발할 가능성도 커졌다.
브렉시트로 인해 유로화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상 초유의 EU 탈퇴 국가가 나오면서 유로라는 인류 최대의 경제 실험이 실패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영국중앙은행(BOE) 자료를 인용해 영국이 지난 1년간 외환보유고를 12% 늘렸다고 전했다. 영국이 브렉시트시 파운드화 급락에 대비해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위한 실탄을 많이 비축해 뒀다는 것이다.
반대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중국 위안화를 비롯한 신흥시장 통화는 급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인민은행도 위안화 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 대규모 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다.
◆스페인 포데모스, 총선 돌풍 일으키나= 브렉시트로 인해 무엇보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유럽 정치 지형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오는 26일 스페인 총선에서 반유로 정당인 포데모스에 이번 브렉시트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붕괴되고 있는 EU 체제에 더 이상 기댈 이유가 없다는 여론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인 도널드 투스크는 지난주 "브렉시트가 정해지면 EU뿐만 아니라 서방 정치 문명 전체의 붕괴가 시작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영국의 EU 이탈이 현실화하면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에서도 EU 이탈의 시비를 묻는 국민 투표 실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개적으로 브렉시트를 지지한다고 밝혔던 프랑스 극우 야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 펜 대표는 "영국이 EU를 탈퇴해 프랑스도 EU에서 탈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프랑스는 내년 상반기에 대선이 예정돼 있다. 17년 만에 집권했던 좌파 사회당 정권이 정권을 내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르 펜은 내년 유력한 대선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주 지방선거를 다시 한번 반유로 정당인 오성운동의 돌풍을 확인한 이탈리아에서도 유로존 탈퇴를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TV 토론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유로존 탈퇴 여부를 결정하자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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