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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SK이노, 창사 이래 최대 정기보수…안전사고는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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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공장 내 21개 공정 중 13개 공정 보수
공장 끄고 배관 청소·노후설비 교체하는 작업
150여개 협력사와 공동 작업…하루 최대 5000명, 연간 27만명
철저한 안전 관리로 무사고·무재해 이어가고 있어
침체된 울산 지역 경제에도 '숨통'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무재해 목표 1000일, 63일째 달성 중'. 지난 10일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SK이노베이션의 울산콤플렉스(CLX) 공장 정문에 도착하자 이런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월부터 창사(1962년) 이래 최대 규모의 정기보수를 실시하고 있다. 정기보수는 공장 가동을 멈추고 설비 점검 후 오래된 설비를 교체하거나 배관 내 이물질을 씻어내는 작업이다. 설비 안전성을 확보하고 수명을 늘리기 위해 2~3년 마다 주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 제2 정유공장과 중질유분해공장에 대한 정기보수를 완료했고 현재 제3 정유공장 등 4개 공정에 대한 정기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하반기 예정된 7개 공정까지 포함하면 올해만 총 13개 공정에 대한 정기보수를 진행한다. 전체 공정(21개 공정)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최근 1~2년 사이 신규 공장이 들어선데다 보수 주기가 겹친 공정이 많았기 때문이다.

▲울산CLX SK이노베이션 공장 초입에 설치된 현수막

▲울산CLX SK이노베이션 공장 초입에 설치된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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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안전'…無재해의 동력=이번 정기보수는 하루 최대 5000명, 연간 27만명의 용접·전기·배관 기술자와 근로자들이 투입되는 큰 공사이지만 현재까지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SK이노베이션의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다.
SK이노베이션은 정기보수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012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SHE(Safety·Health·Environment) 본부를 설치했다. 울산 CLX에는 컨트롤 타워인 SHE 위원회가 있다. 협력사 포함 10명으로 구성된 SHE 위원회는 정기보수 기간 중 매일 두차례 이상 현장을 점검한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안전에 위배된 일을 저지를 경우 바로 퇴출, 1년 동안 출입을 금지하는 엄격한 제도다. 밀폐용기를 무단으로 출입하거나 높은 곳에서 작업하면서 안전걸이를 체결하지 않은 경우 이 제도가 발동된다. 현재 정기보수 중인 4개 공정에서도 3명이 이미 퇴출조치를 받았다. SK이노베이션 현장 관계자는 "질식사, 추락사고 등 모두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철저히 예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부터 만든 안전철칙도 꼼꼼하게 이행하고 있다. 밀폐공간에서 작업할 때 주기적으로 유해공기를 측정하고, 유해위험물질을 다룰 때 지정된 개인보호구를 착용하라는 식의 8개 항목이다. 이를 위반하면 상벌위원회에 넘겨져 징계를 받는다. 자주 어기는 협력사는 작업장 출입이 금지되며 정기 평가에도 반영된다.

근로자들이 업무에 지치지 않도록 배려한 흔적도 눈에 띄었다. 공장 곳곳에 쉼터를 마련했고 높은 타워를 오르내릴 수 있는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 공장 내 도로를 통제하는 근로자도 배치해 중장비, 트럭 간 충돌사고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김운학 울산CLX 설비본부장은 "여러 공정에서 한꺼번에 난이도가 높은 작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비용과 시간이 더 들더라도 안전을 가장 첫번째 기준으로 삼아 보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정기보수를 실시하고 있지만 무사고·무재해 기록이 이어지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제3 정유공장 정기보수 현장

▲SK이노베이션 제3 정유공장 정기보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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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부터 연간 수급계획 정밀 예측…생산량 줄지만 제품 공급 차질 없어=정기보수 기간에는 공정 가동이 전면 또는 부분 중단되는 만큼 생산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예로 현재 정기보수 중인 제3 정유공장은 하루에 17만 배럴을 처리하고 있다. 전체 공장에서 하루 최대 85만 배럴을 처리하는 것을 감안하면 비중이 꽤 크지만 정기보수 기간인 한 달 동안은 생산이 중단된다.

SK이노베이션은 생산량 감소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1여년 전부터 부서 담당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간 수급계획을 정밀하게 예측·분석해 작업 일정을 정했다. 국제유가, 제품가격 등 시황까지 고려됐다. 손익의 향방이 이들 기준에 따라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제품별 시황 전망을 계획 수립과정에 반영한 것이다. 이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보수일정에 따라 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제품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미리 재고를 확보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재고평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까지 마련해 최적의 제품 재고를 유지하고 있다"며 "매년 정기보수가 이뤄지지만 국내외 거래처들 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자신했다.

정해진 기간 안에 작업을 끝낼 수 있도록 정기보수 담당 인력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교육 프로그램은 안전·품질 관리역량과 기술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무 작업을 수행하는 협력사 구성원들의 역량 제고를 위한 교육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역량을 인정받아 SK이노베이션은 각종 글로벌 정유·화학사의 정기보수에 참여하고 있다. 2011년에는 베트남 최대 정유·화학사인 BSR의 첫 정기보수에서 운영과 관리 서비스를 담당했다. 최근에는 중국 시노펙과의 합작 법인인 중한석화의 정기보수에도 참여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안전, 운영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고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최근 조선업 불황 등으로 침체에 빠진 울산 지역경제에도 활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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