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현장]옥시관련 기업들, 증시선 착한기업?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임모(13)군은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가 제조ㆍ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폐가 망가졌다. 자가 호흡을 할 수 없어 산소통을 늘 가지고 다닌다. 임군 어머니는 "12년 동안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데 흔한 놀이터도 갈 수 없고 평범한 일상생활조차 할 수 없다는 게 제일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옥시 사태가 임군을 비롯해 200명이 넘는 피해자를 낳은 것은 기업들이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유해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제품을 팔았기 때문이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안전ㆍ환경은 무시하고 물건만 팔면 그만'이라는 기업에 치가 떨려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위메프, 쿠팡, CU 등 온오프라인 마켓은 옥시제품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옥시뿐 아니라 SK케미칼, 롯데마트, 애경, 이마트도 불매운동 기업 명단에 올랐다. 이들 기업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PHMG를 제조했거나 SK케미칼이 제조한 가습기 살균제를 팔았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애경산업과 이마트가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는 PHMG가 아닌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이라며 "PHMG를 원료로 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업체는 홈플러스, 롯데마트"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불매운동이 한창이지만 증시에서는 이들 기업이 오히려 착한 기업 취급을 받고 있다. 이마트와 SK케미칼은 한국거래소가 선정한 '신사회책임지수' 구성 종목에 포함돼 있다. 신사회책임지수란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책임 투자가 확산되는 분위기에 발맞춰 거래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지수다. 환경(E), 사회책임(S), 지배구조(G) 등을 모두 반영해 ESG 통합 점수가 높은 상위 150종목으로 구성된 'KRX ESG 리더스 150', 지배구조 점수가 높거나 지배구조 점수가 상승한 100종목으로 구성된 'KRX 거버넌스 리더스 100', 환경 점수가 높거나 환경 점수가 높아진 100종목으로 구성된 'KRX 에코 리더스 100'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이 중 환경개선기업에 부여하는 에코 리더스 100지수에 이마트와 SK케미칼이 구성 종목으로 들어가 있다. SK케미칼은 ESG지수와 거버넌스지수 구성 종목에도 포함됐다. 바깥에서는 소비자의 환경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손가락질받고 있지만 증시에서는 환경과 사회책임에서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물론 종목을 선정한 지난해 12월은 옥시 사태가 불거지기 전이다. 그렇다면 옥시 사태가 터진 이후라도 등급 조정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거래소 관계자는 "정기변경은 1년에 한 번, 수시변경은 상장폐지, 관리종목 지정 등의 사유가 있을 때 진행한다"며 "두 기업 모두 문제가 있다고 법원의 확정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구성 종목에서 당장 제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거래소 지적처럼 확정되지 않은 사안을 가지고 함부로 기업 이미지를 재단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환경 점수가 높은 기업에 부여하는 KRX 에코 리더스 100지수에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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