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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회 별세]무욕·사촌경영 씨 뿌린 경제계 큰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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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부리지 말라" 3세대까지 화합 경영 밑거름
정계진출 6선 국회의원으로도 활동


금성사 시절 고 구태회 명예회장인 공장 생산라인을 시찰하고 있다.

금성사 시절 고 구태회 명예회장인 공장 생산라인을 시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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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2003년 가을, LG 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를 앞둔 구태회 LS 전선 명예회장은 동생인 구평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등을 불러모았다. 그 자리에서 구태회 명예회장은 "욕심부리지 말라"며 "모든 일이 순리대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가족간의 경영 분쟁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당시 그의 가르침은 LS그룹이 1세대를 넘어 2세대, 3세대로 이어지면서도 화합의 경영을 실천하는 밑거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LS그룹 특유의 문화인 '무욕경영', '사촌경영'의 기틀을 다진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이 7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고인의 조카인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빈소를 찾아 "아주 자상한 분이셨다. '회'자 돌림의 큰 어른께서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생전에 구태회 명예회장을 알았던 사람들은 고인을 '참 소박했던 분'으로 회고했다. 자녀들과도 1인당 3만원 상한의 재벌답지 않은 식사자리를 즐겨했다. 구 명예회장은 이 식사모임을 '3만냥 클럽'으로 이름붙였다.

LS그룹과 계열사 임원들과도 소박한 식사자리를 자주 가졌다. 그는 건강이 악화되기 전인 2~3년 전까지 신사동 자택 근처로 임원들 3~4명을 불러 식사 모임을 갖곤 했다. 당시 식사모임에 참석했던 임원들은 구 명예회장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는 그때 식사모임을 회상하면서 고인의 뜻을 기렸다. LS그룹 관계자는 "임원들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하며 1960~1970년대 사업 얘기를 들려주곤 했다"며 "안양 공장이 물에 잠겨 곤욕을 치렀던 때,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사업 확장 이야기를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설명해 임원들을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고인은 탁월한 기업가로도 기억된다. 구태회 명예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으로 LG그룹 창업 1세대 6형제 중 넷째다. 6형제는 모두 '회(會)'자 돌림을 쓴다. 이들 6형제는 LG그룹, LS그룹, LIG그룹 등 범 LG가(家)를 일궈낸 기업가로 이름을 남기고 있다.
구태회 명예회장은 LG그룹에서 분리된 LS그룹을 자산규모 20조원 이상으로 키워냈다. 1958년에는 4대 국회의원을 시작, 6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1973년부터 2년간 무임소장관(현 정무장관)과 1976년 국회부의장을 역임한 뒤 1982년 LG그룹 창업고문으로 복귀해 다시 기업인의 길을 걸었다. 재계 관계자는 "정ㆍ재계에서 구 명예회장을 애도하는 가장 큰 이유는 LS그룹만의 '사촌간 아름다운 경영승계'라는 가치 있는 유산을 남겼기 때문"이라며 "경영권이나 지분을 둘러싸고 분쟁을 일으키는 기업들은 이같은 가르침을 새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소가 차려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범 LG가 가족들은 물론 고인의 영면을 애도하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은 "부모님이 반세기 이상 해로하고 영면할 수 있었던 것은 존경과 배려의 힘이 큰 것 같다"며 "앞으로도 가족 모두가 이러한 두 분의 정신을 이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고인의 빈소를 찾아 "고인이 떠나 안타깝고 애도한다"며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정 부회장은 LS그룹과는 사돈 관계다. 정 부회장의 처남인 정대현 삼표그룹 부사장이 구태회 명예회장의 손녀사위다. 다리를 다친 구자균 LS산전 회장은 목발을 짚은 채 빈소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범 LG가에서는 허창수 GS 회장, 구자학 아워홈 회장, 구자두 전 LG유통 부회장,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이 조문했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이렇게 한 세대가 마감했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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