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진출 6선 국회의원으로도 활동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2003년 가을, LG 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를 앞둔 구태회 LS 전선 명예회장은 동생인 구평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등을 불러모았다. 그 자리에서 구태회 명예회장은 "욕심부리지 말라"며 "모든 일이 순리대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가족간의 경영 분쟁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당시 그의 가르침은 LS그룹이 1세대를 넘어 2세대, 3세대로 이어지면서도 화합의 경영을 실천하는 밑거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LS그룹과 계열사 임원들과도 소박한 식사자리를 자주 가졌다. 그는 건강이 악화되기 전인 2~3년 전까지 신사동 자택 근처로 임원들 3~4명을 불러 식사 모임을 갖곤 했다. 당시 식사모임에 참석했던 임원들은 구 명예회장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는 그때 식사모임을 회상하면서 고인의 뜻을 기렸다. LS그룹 관계자는 "임원들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하며 1960~1970년대 사업 얘기를 들려주곤 했다"며 "안양 공장이 물에 잠겨 곤욕을 치렀던 때,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사업 확장 이야기를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설명해 임원들을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고인은 탁월한 기업가로도 기억된다. 구태회 명예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으로 LG그룹 창업 1세대 6형제 중 넷째다. 6형제는 모두 '회(會)'자 돌림을 쓴다. 이들 6형제는 LG그룹, LS그룹, LIG그룹 등 범 LG가(家)를 일궈낸 기업가로 이름을 남기고 있다.
빈소가 차려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범 LG가 가족들은 물론 고인의 영면을 애도하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은 "부모님이 반세기 이상 해로하고 영면할 수 있었던 것은 존경과 배려의 힘이 큰 것 같다"며 "앞으로도 가족 모두가 이러한 두 분의 정신을 이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고인의 빈소를 찾아 "고인이 떠나 안타깝고 애도한다"며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정 부회장은 LS그룹과는 사돈 관계다. 정 부회장의 처남인 정대현 삼표그룹 부사장이 구태회 명예회장의 손녀사위다. 다리를 다친 구자균 LS산전 회장은 목발을 짚은 채 빈소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범 LG가에서는 허창수 GS 회장, 구자학 아워홈 회장, 구자두 전 LG유통 부회장,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이 조문했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이렇게 한 세대가 마감했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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