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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포착한 몸짓, 붓으로 풀어낸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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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작가, 7년만의 개인전 'Situation'

Situation,194 x 259cm, 2016년

Situation,194 x 259cm,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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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파란 타일이 아른거리는 수영장 물 속. 수모와 수경을 쓴 남자가 있다. 위에서 바라본 그는 물속에 반신만 잠긴 채 알 수 없는 손짓을 한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밝고 어두운 온갖 파란색들이 그의 주변을 감싼다.

# 누군가의 어깨에 얼굴을 푹 파묻은 사람의 분홍색 털모자. 촘촘하게 짜인 촉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털실 하나하나, 간혹 밖으로 삐져나온 보풀마저 생생하다. 털모자의 색도 흰색과 밝은 분홍과 진분홍, 자줏빛까지 다채롭다.
작가 이정아의 신작들이다. 크기만 가로, 세로 모두 150cm가 넘는 대작들이다. 언뜻 극사실주의 회화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포인트는 이 큰 그림들이 풍기는 '따뜻한 감성'이다. 일상에서 마주한 누군가의 몸짓 혹은 특징적인 부분을 부각시켰다.

이정아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다. 2009년 이후 7년만이다. 서울 홍지동 스페이스 홍지에서 올봄을 여는 첫 전시기도 하다. 서울 도심 속 나무 많고, 조용한, 시골 골목길 같은 흔치 않은 곳에서 전시 공간이 있다. 세검정을 지나 상명대학교 방향으로 다소 가파른 길을 오르다보면, 어느새 그곳에 당도한다.

'Situation', 150 x150cm, 2015년

'Situation', 150 x150cm,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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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uation, 150 x 150cm, 2015년

Situation, 150 x 150cm,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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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uation, 130.3 x 162cm, 2014년

Situation, 130.3 x 162cm,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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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작가를 만났다. 3층으로 이뤄진 전시 공간 아래층부터 맨 위층까지 그림들을 감상한 후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환한 열두점 그림들은 이곳 전시공간과 잘 어울렸다. 작가가 인근 동네 주민이기도 해, 이곳에서 전시를 여는 것도 의미를 더한다.
작가는 "그간 그룹전은 몇 차례 참여했는데, 개인전을 꽤 늦게 열게 됐다. 가족과 여행하면서, 혹은 일상생활에서 보낸 몇 시간들이 그림들에 함축돼 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들도 있었다. 이를 극복하려 했던 것인지, 그림에는 하나같이 정말 기분이 좋을 때, 환할 때의 순간들이 담겨 있다"고 했다.

작가는 평소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일상적인 순간의 컷을 찍고 난 후, 색감을 조율한다. 그리고 이를 다시 큰 캔버스 화면 위에 붓질로 표현한다. 이러한 작업들을 그는 "상황과 채집"이라 불렀다. 살아가는 시간들 중의 한 '순간'을 포착한다는 의미다. 표면적인 모습 뒤에 자리 잡고 있는 무의식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것이나 단편적인 모습을 통해 내면의 세계를 엿보고 싶은 욕망이 작업의 출발점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 '시츄에이션(Situation)'인 이유다.

수영장 그림을 제외하면 대부분 바탕색은 전시장 벽과 같은 흰색이다. 작가는 "동양화적 요소를 많이 차용한다. 위에서 아래로 보는 시점인 부감법도 좋아하고, 사각 캔버스라는 틀이 답답하기도 해 대상 자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일부러 배경을 아예 다 하얗게 만든다"고 했다.

이번 신작들은 특히나 '색'이 다채롭게 펼쳐진 점이 전작들과는 다른 점이다. 이 중 그가 내놓은 서울 인사동 초입 인근 플라타너스 나무 한 그루의 초록은 생동감이 뚜렷하다. 작가는 "원래 흑백으로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저 나무를 어느 날 오후 대여섯시쯤 봤는데 너무 예뻤다. 자유롭고. 기분이 좋았다"며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즐거운 작업들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정아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조형미술대학에서 플럭서스 운동에 관여한 스위스 출신 예술가 존 암리더(John Armleder)를 사사했다. 전시는 5월 13일까지. 스페이스 홍지 02-396-0514.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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