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아닌 인간 이순신 "백성덜 지키는 신하가 되것슈"
충청도 사투리 쓰며 백성들과 희로애락 함께한 충무공 재조명
"지는 지댈 디 읎는 백성덜의 신하가 되구 싶구먼유. 무장이 되어 변방 백성덜을 지켜주는 신하가 되것슈."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이순신. 그는 서울 건천동에서 태어났지만, 여덟 살 때부터 서른둘에 무과에 급제할 때까지 충청도 아산에서 살았다. 그가 사투리를 쓰는 것은 아마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사투리로 말하는 이순신을 통해 '영웅'에 가려진 '인간' 이순신을 재조명한 소설. '이순신의 7년' 1, 2권이 최근 발간됐다. 소설가 정찬주(63)가 전남도청 홈페이지에서 연재 중인 글을 엮어 모았다. '이순신의 7년' 1권에는 1591년 전라좌수사로 부임한 이순신이 거북선을 건조하고 왜구 침략에 대비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2권은 나라가 위기에 몰린 때 이순신의 함대가 1592년 옥포해전, 합포해전, 적진포해전, 사천해전, 당포해전, 율포해전에서 잇따라 승전한 내용을 배경으로 한다. 작가는 이순신이 1598년 노량해전에서 최후를 맞기까지 그의 삶과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역사를 모두 써내려갈 예정이다.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은 많다. 하지만 이 소설은 뛰어난 전술로 왜군을 막아낸 무적의 이순신이 아니라 용맹함 이면의 두려움을 드러내고, 결정 앞에서 망설이는 인간적인 이순신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신격화된 이순신이 아니라, 백성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인간 이순신을 그려낼 것이다. 임금과 대신들은 부끄럽게도 의주로 도망쳤지만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았던 당시 백성들의 분투를 복원해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헌정하는 소설이 되게 하고 싶다"고 했다.
소설 속에는 이순신과 함께한 선비와 장수, 승려, 천민들의 의기와 충절이 진하게 배어있다. 의로운 마음만으로 일어나 싸운 의병, 백성들의 목숨을 지키고자 책임을 다한 관군, 목탁 대신 칼을 든 화엄사, 흥국사 스님들로 구성된 의승 수군, 전쟁 속에도 굴하지 않고 삶을 개척해나간 민초와 같은 이름 없는 이들이다. 이순신은 '호남이 없다면 국가가 없소이다'라고 단언한 바 있다.
이밖에도 소설은 임진왜란 당시의 시대상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군사 문화, 의식주 문화, 여러 지방의 사투리, 풍속 등을 가늠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풍부하다. 10여 년 동안 작가가 직접 발로 현장을 누비고, 역사서는 물론 문중의 족보까지 뒤져가며 취재하고 고증해온 노력이 배어 있다.
한편 전라남도 고흥군은 오는 28일 오후 2시 고흥문화회관 김연수실에서 정찬주와 함께 고흥의 역사이야기를 나누는 '북콘서트'를 연다고 발표했다. '이순신의 7년' 발간에 맞춰 열리는 이번 북콘서트에서는 정찬주의 강연과 함께 관객들과 임진왜란 당시 고흥의 역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한다.
소설가 정찬주는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3년 한국문학 신인상과 1996 제5회 행원문화상, 2010 제23회 동국문학상, 2011 화쟁문화대상 등을 수상했다. 불교적 사유가 배어 있는 저작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샘터사에서 근무한 십 수 년 동안 법정스님의 책들을 십여 권 만들었고, 그 일을 계기로 사제의 연을 맺었다. 스님은 작가를 재가제자로 받아들여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뜻으로 무염
(無染)이란 법명을 내렸다.
정찬주는 2001년 화순에 이불재를 지은 뒤로는 세속과 인연을 끊고 작품으로만 소통했다. 15년째 그곳에서 살며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 '하늘의 도', '다불', '만행', 산문집 '암자로 가는 길', '자기를 속이지 말라', '선방 가는 길', '돈황 가는 길', '나를 찾는 붓다 기행' 등이 있다.
(정찬주 지음/작가정신/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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