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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페북 익명 대나무숲', 욕설의 숲으로 자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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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저격· 노골적 성 표현으로 계정 '오염'…일부선 '상처 안주기' 로 활성화도

사진=중앙대학교 어둠의 대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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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성회 기자]대부분 대학에는 페이스북 ‘대나무숲’ 계정들이 존재한다. 익명성을 기반으로 평소에는 쉽게 말하지 못했던 것을 전달하거나 학내 사건사고에 대해 제보하기도 한다. 지난 2월 경희대학교 체대 OT 참가비 사건도 대나무숲 페이지 제보를 통해서 촉발됐다. 온라인 환경과 익명성을 활용한 대나무숲 페이지의 순기능이 발휘된 것이었다.

그러나 익명성의 역기능이 문제되기도 한다. 특히 기존 대나무숲 페이지와는 별도로 개설된 ‘어둠의 대나무숲’ 페이지들이 그렇다. 대나무숲과 다르게 어둠의 대나무숲은 대부분 ‘필터링 없음’을 내걸고 가감 없는 제보들을 받는다. 이 때문에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나 낯부끄러울 정도로 지나친 성적 표현들도 허용된다.
이런 특성들 때문인지 어둠의 대나무숲 페이지들의 생명력은 길지 못하다. 지난 3월 ‘ㅇ’대학교 어둠의 대나무숲은 운영 종료를 알렸다. 페이지 관리자는 종료를 알리는 글에서 “(계정을 만든) 의도는 익명성을 바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마음껏 하며 재미있게 놀자는 것이었다”며 “노 필터링을 기본으로 걸어두었지만 (중략) 시비가 걸렸다”고 밝혔다. 지나치게 거친 표현들이 오가는 것이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이것이 현실에서도 피해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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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페이스북에서 ‘어둠의 대나무숲’을 검색해서 나오는 대학 계정은 11개(팔로워 수 100명 이상 기준)다. 이 중 계정 종료를 알렸거나 페이지 운영이 진행되지 않아 사실상 종료된 페이지만 8개다. ‘ㅇ’대학교의 경우처럼 논란을 의식해 종료 결정을 내린 경우도 있고, 자연스럽게 페이지 운영이 지지부진해진 경우도 있다. 대부분 거친 험담과 욕설로 비롯된 논쟁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게시물이 3월에서 멈춰 사실상 페이지 운영이 중지된 것으로 보이는 ‘ㅅ’대학교 어둠의 대나무숲 계정을 보면 ‘x나 힘들게 사는데 이xx는 살판났네. x발아 기다려라’는 글 등 욕설을 포함하는 게시글이 다수 존재한다. ‘X파 만들고 싶다’처럼 노골적인 성 관련 표현들도 눈에 자주 띈다.
단순한 욕설보다는 특정 인물을 향한 비방이나 조롱이 더 문제다. 지난해에는 페이지 운영이 활발했지만 최근 게시글은 뜸한 ‘ㅁ’대학교 어둠의 대나무숲 역시 ‘양심 증발한 노엠(어머니가 안 계시다는 뜻)xx야. 너 xx는 조심해라 진짜’와 같은 비방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페이지는 올해 관리자가 바뀐 후 욕설이 포함된 게시글이 줄어들었지만 이전만큼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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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어둠의 대나무숲 페이지들이 욕설과 비방을 방치해두는 것은 아니다. 중앙대학교 어둠의 대나무숲은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글을 받고 있다. ‘무분별한 인신 공격’ ‘성차별/인종차별’ ‘타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내용’ 등은 거르는 방식이다. 이 페이지에는 ‘우리 모두 제보하기 전에 내가 보내는 이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지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라는 글이 공지사항으로 올라와 있다. 이 원칙 덕분에 이 페이지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팔로워 수는 1만명에 가깝고 매일 여러 개의 제보가 꾸준히 들어온다. 제보글의 수는 2만2000개를 돌파했다.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또 다른 'ㅅ'대학교 어둠의 대나무숲 페이지는 중앙대와 마찬가지로 필터링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여전히 활발한 운영을 하고 있다. 그러나 ‘x발 오늘 뭐했다고 벌써 새벽2시냐 x같네’와 같은 욕설을 포함한 제보글은 물론 ‘나 잘 거라고 룸메야 못 들은 척 하면서 소리 켜 놓고 게임하는 건 무슨 심보니 x알 개xx야?’같은 비방글이 매일 올라오고 있다.

대학생 성대현(22)씨는 “어둠의 대나무숲 페이지에선 욕설 등 필터링 없이 메시지가 전달되다 보니 시원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도 “조롱글이나 저격글 같은 경우는 문제제기할 용기도 없는 사람들이 익명성이라는 그늘 뒤에 숨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창구가 학내에 부족해서 일어나는 현상이지 않나”고 덧붙였다.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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