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CSI' 대검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마약감식, 머리카락 350개까지 채취
마약감식을 위해 머리카락을 채취하려 하자 머리숱이 없었던 용의자가 자신의 소중한(?) 머리카락을 지키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실토했다는 다소 황당한 해프닝이다.
현장에 함께 있던 기자들은 물론 검사들까지 설명을 귀담아들었다. NDFC는 검찰 내부의 은밀한 공간이다. 언론은 물론 검사도 함부로 드나들 수 없다. 은밀하지만 꼼꼼하게 첨단 과학수사가 진행된다. 마약감식은 물론 문서감정, 심리·영상·음성 분석, 화재수사, DNA감식, 미디어 복원 등 다양한 과학수사를 지원하고 있다.
마약감식은 채취한 머리카락을 물과 알코올로 깨끗이 씻는 과정이 그 시작이다. 무게를 잰 다음 분말에 가깝게 잘게 부순다. 이후 실험 장비를 이용해 성분을 분석하면 마약 투약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메트 암페타민(필로폰)'과 대마 등 마약류를 투약하다 검찰에 붙잡히면 과거 범죄 사실까지 드러난다. 검찰 관계자는 "머리카락 모근 성분검사를 통해 마약투약 시기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스스로 마약범죄 사실을 실토했던 용의자도 머리카락을 채취해 성분을 분석하는 마약감식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진술 증거와 더불어 실험 증거를 첨부하기 위한 목적이다.
NDFC가 담당하는 문서감정도 첨단 장비와 기술을 통해 이뤄진다. 예를 들어 자필로 차용증을 쓰고 도장을 찍었는데 누군가 임의로 금액을 수정하면 과학수사 과정에서 실체가 드러난다.
1억원을 빌렸는데 7억원을 빌려준 것처럼 숫자 '1'을 '7'로 바꿀 경우 NDFC의 장비를 이용하면 숫자를 고친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얘기다.
수첩에 중요한 내용을 메모한 이후 수사를 방해하고자 이를 찢어버리는 경우에도 방법은 있다. 수첩 다음 장에 앞장의 '필압'이 영향을 주므로 첨단 장비를 이용해 찢기 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대검은 2008년 NDFC를 만들고 지난해 '과학수사부'를 출범하는 등 과학수사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미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마약류 투약자의 모발에서 대마 성분을 검출하는 '극미량 분석기법'은 대검 법화학실에서 국내 최초, 세계 3번째로 개발한 감정기법이라고 한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변사 사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자살 사건, 세월호 침몰 사건 등 한국사회를 뒤흔든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NDFC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외국 수사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도 지원하고 있다. 또 대검은 올해 하반기 '과학수사 아카데미'를 개설해 다양한 법조 관련 기관 종사자에 대한 교육에 나서기로 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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