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 등 대형사업장과 대기업은 여야 지도부와 후보들의 총선 공약에 언급되면서 관치(官治)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거대 양당인 새누리당과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더불어민주당과 김종인 대표가 논란을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재계는 더욱 난처한 입장이다.
11일 아침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은 울산광역시 현대중공업 앞에서 동구 안효대 후보와 함께 현대중공업 직원들에게 출근길 인사를 하며 안효대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새누리당>
원본보기 아이콘◆서청원, 10대 기업 대구 유치= 서청원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전날 대구시당 당사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 10대 대기업 대구 유치를 건의해 청와대로부터 '여러모로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앙정부도 대기업이 대구를 찾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규제를 풀고 여건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현대중 고용보장…특별법 제정= 같은 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울산을 찾아 정부 정책과 당론에 배치되는 발언을 했다.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을 상대로 유세를 펼치면서 "여러분의 고용안정을 새누리당이 보장하겠다"면서 "특별고용업종 지원 및 특별고용지역으로 정해 고용안정을 이룩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특히 "(안효대 후보가 공약한) 조선해양산업발전특별법을 만들어서 국민의 혈세로 국제경쟁력을 갉아먹는 한계기업들을 빨리 정리하고 건전한 조선업이 활기를 찾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간 노동개혁을 강조하며 야당의 발목잡기를 비판해 왔지만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 임직원들 앞에서 '고용보장'을 약속한 것이다. 이 지역에 출마한 안 후보는 노동5법 법제화를 막아내겠다며 당론에 배치된 약속까지 내놓기도 했다.
◆더민주, 삼성 투자 유치 불씨 계속 살려= 더민주는 삼성 측의 부인에도 이른바 '삼성 미래차 산업 광주 유치' 공약의 불씨를 계속 살리고 있다. 광주지역에 출마한 이용섭ㆍ양향자 후보는 전날 더민주 광주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를 비판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에게 공약의 타당성을 검증받는 TV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재계 "계류 중인 법만이라도 통과시켜 달라"= 재계는 여야가 내놓은 경제관련 총선공약에 대해서도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인 기업 환경에는 관심이 없고 정부 주도의 일자리 공약 뿐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야당의 '청년과 여성 고용의무 할당제' 등 일자리공약에 대해서는 규제 중심이고, 민간 기업의 자율적인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기보다 기업에 고용을 강제하는 공약으로 보고 있다.
재계는 19대 국회에서 계류중인 법안만이라도 조속히 통과해달라는 호소하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법, 행정규제기본법, 국회선진화법 등은 진통을 앓았던 선거구 획정안과 테러방지법 합의 후에도 여야간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운동본부(사무국 대한상의)와 경제단체 부회장단은 전날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국민의당 등 여야 3당을 차례로 방문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경제활성화 법안을 총선 이후 19대 국회의 남은 임기또는 20대 국회에서 우선 처리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과거 4년 전에도 총선 이후 남은 국회 회기가 한달 반 정도 있었다. 19대 국회에 남은 5월 29일까지 가급적 경제활성화법을 통과시켜 달라는 요청"이라며 "이는 기업이나 경제단체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고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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