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고양)=이영규 기자] 고양지역에서 공동주택을 건설할 때 한국농어촌공사의 토지 일부를 목적 외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동안 농어촌공사는 아파트,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 신축 시 보유 토지의 '목적 외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다.
고양시는 15일 농어촌공사가 공동주택 신축공사에 대해 자체 보유 토지의 목적 외 사용승인을 제한한 일부 지침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목적 외 사용료 징수가 어려운 아파트ㆍ연립ㆍ다세대 등 공동주택은 아예 승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이는 농어촌공사가 과거 아파트 건축 당시 목적 외 사용승인을 내주었다가 분양 입주민과의 소송에서 패소해 사용료를 받지 못한 전례 때문이다. 이후 농어촌공사는 공동주택의 경우 목적 외 사용 승인을 해주지 않는 쪽으로 지침을 변경했다.
이 규제로 인해 고양시 A업체의 경우 다세대 건축 과정에서 공사로부터 진ㆍ출입로와 오수관 설치에 필요한 구거와 도로의 목적 외 사용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는 과도한 비용을 들여 우회 진ㆍ출입로 개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자 고양시는 준 국가기관인 농어촌공사가 규제를 완화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반해 시민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며 규제완화를 강력 촉구했다. 또 공개 토론회를 열고 지역 이슈로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 아울러 농어촌공사를 관리하는 농림축산식품부에도 지침의 불합리성을 알리고, 시정을 요청했다.
농어촌공사는 결국 공동주택에 대한 목적 외 사용승인을 조건부로 승인할 수 있도록 지난달 29일 지침을 손질했다.
고양시는 아울러 3년째 목적 외 사용승인 협의가 안됐던 일산동구 성석동 감내마을 도시가스공급 공사도 농어촌공사와 합의하고, 곧 공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감내마을은 수십 년 동안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면서 도시가스 공급이 안 되고 있다. 이에 감내마을은 2014년 농촌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국비 지원을 정부에 신청, 선정됐다. 그러나 농어촌공사로부터 목적 외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해 예산을 반납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마을 진ㆍ출입로 모두가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로여서 시공사가 목적 외 사용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받지 못해 우회로를 설치하다보니 공사비가 과다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공사를 포기한 것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된 고양의 경우 농어촌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과거 농업기반시설의 본래 용도가 이미 변모된 곳이 많다"며 "목적 외 사용 승인과 관련해서 엄격하게 적용되는 곳이 아직도 많은데, 이에 대한 해법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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