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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1000원 '오바마賞' 명문대 입학?…황당사기 백태(百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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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하자금 관리자, 중국재벌2세로 속여…이효리 닮은 여자친구 소개 미끼로 사기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오바마 봉사상을 받으면 국내 명문대에 특별전형으로 입학할 수 있다."

조모(57)씨 등은 황당한 주장을 펼치며 먹잇감을 유혹했다. 미국 정부가 오바마 대통령 명의로 자신들의 단체 회원들에게 '봉사상'을 준다는 얘기였다. 미국 워싱턴 한인식당에서 수상식까지 개최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하지만 준다는 상은 인터넷에서 구매한 85센트(한화 940원) 상당 기념상장과 7달러(7700원) 상당의 메달이었다. 허황된 주장에 속은 이들은 29명, 피해액은 1억2820만 원에 달했다.

9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해마다 20만 건이 넘는 사기범죄가 발생한다. 2013년 27만2664건, 2014년 24만4008건으로 나타났다. 사기범죄는 10년 전보다 16% 증가했다.

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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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속을 수 있나"는 의문을 가질만한 '황당 사기' 사건도 하나, 둘이 아니다. 박모(55)씨는 대통령 비밀조직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다면서 기업가들을 유혹했다. 지하자금을 관리하고 있는데 고액채권과 금괴 처리비용을 대면 큰돈을 돌려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미얀마 해외건설 사업권도 주겠다고 속였다.
"하루 만에 투자금을 10배로 돌려주겠다." "5억 원만 맡기면 3일 안에 30억 원을 주겠다."

황당무계한 주장이었지만, 탁월한 말솜씨와 그럴듯한 근거를 대며 사람의 마음을 흔들었다. 위조한 5000억 엔권 채권과 금괴증서를 보여줬다.

극소수만 갖고 있는 화폐라면서 5000 유로권, 1만 유로권을 보여주기도 했다. 해당 화폐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돈이었다. 박씨는 피해자들과 미얀마를 방문해 '가짜 정부관계자'와의 만남도 주선했다. 피해자에게 12억 원을 뜯어낸 박씨 일당은 사기죄로 8번 형사처분을 받은 '선수'들이었다.

자신을 수백조 원대 자산의 중국재벌 2세라고 속인 이모(64)씨 사건도 황당 사례다. 이씨는 상속 재산이 210조 원 있는데 국내에 들여오려면 로비할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피해자에게 4억 7300만 원을 뜯어냈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고, 비싼 옷을 입고 다니는 이씨의 겉모습에 속은 결과다. 이씨는 자신의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면 37조 5000억 원을 사례금으로 주겠다는 깜짝 놀랄만한 약속을 내걸기도 했다.

검찰이 직접 선정한 황당 사기 사건도 웃으며 들을 수만은 없는 사연을 담고 있다. "키는 165㎝인데 이효리를 닮았고, 교원 임용고시에 합격했어." 여성 A씨는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남성에게 자기 친구를 소개해준다면서 유혹했다.

이효리 닮은 여자 친구가 생길지 모른다는 '핑크빛 상상'은 황당 범죄의 먹잇감으로 이용됐다. A씨는 자기가 이효리 닮은 그 친구인 것처럼 속여 남성에게 문자를 보냈다. 학원비를 도둑맞았는데 빌려주면 갚겠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그렇게 5명의 남성으로부터 150차례에 걸쳐 1억여 원을 뜯어냈다가 사기혐의로 사법처리됐다.

사기 범죄에 당한 이들은 뭔가 모자라거나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이들도 사기범죄 대상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화려한 말솜씨와 인간 심리를 꿰뚫는 사기범의 기술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사람은 많지 않다.

또 사회 저변에 고위층의 숨겨진 자금이 존재한다는 믿음, '검은 거래'를 통한 일확천금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다는 점도 황당 범죄가 활개를 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현정 교수는 "반사회적인 인격의 사기범들은 죄책감도 없이 치밀하게 범죄를 준비한다"면서 "사기 대상이 되면 이성적인 판단으로 벗어나는 게 쉽지 않다. 똑똑한 사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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