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개봉됐던 1993년에는 흥미롭긴 해도 "말도 안 된다"고 하고 말았는데 최근에는 유사한 시제품이 나오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1990년에 국내 개봉됐던 '백투더퓨처2'의 미래 시점은 2015년이었다. 개봉 당시에 신기하게 여겼던 평면 벽걸이 TV와 태블릿PC, 지문인식, 주름성형과 모발이식, 화상회의 등은 이미 일반화된 지 오래다. 자동으로 끈이 조여지는 운동화, 공중부양 스케이트보드 등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거짓말 같았던 미래는 현실이 돼 가고 있다. 그것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스마트폰만 하더라도 불과 몇 년 새 일상의 지배자가 돼 버렸다.
그런데 좀 살펴보니 간단치 않아 보였다. 알파고는 프로 바둑 기사들의 대국 3000만건을 입력받아 쉼 없이 '학습'했다고 한다. 일종의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다음 수를 예측하는 것이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기계'가 아니라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느껴졌다. 이세돌 9단도 "아직은 초기 단계인 인공지능한테 질 리가 없다"고 했다. 5년 후, 10년 후는 모르겠단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란 말처럼 들렸다.
낭패감이 밀려온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두렵다. 지난달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인류에 위협이 되는 살인 로봇 개발을 규제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백투더퓨처'처럼 '터미네이터'도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가. 과학기술은 인류의 행복이 목적이어야 하지만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그 역시 마치 생물처럼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모르게 되는 듯하다. 인류의 최대 적은 인간이라는 말도 떠오른다.
박철응 금융부 차장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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