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내용을 쉽게 쓰는 건 조금만 수련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어려운 내용을 어렵게 쓰는 건 공력은 들어가겠지만 그다지 칭찬받을 일이 아니다. 좋은 글은 어려운 내용을 쉽게 쓴 글이다. 진짜 고수는 쉽게 쓴다. 쉽게 읽히는 천의무봉의 문장은 손댈 곳이 없다(그렇다면 쉬운 내용을 어렵게 쓰는 자는? 사기꾼이다).
따옴표는 화법을 바꾸거나 풀어쓸 수 있다. 물음표는 말 그대로 몰라서 물어볼 때 쓰지만 강조할 때 더 많이 쓴다. 강조는 적당해야 하며 모르는 게 많으면 글쓰기를 자제해야 한다. 느낌표는 절제할수록 좋다. 느낌표를 남발하는 것은 감정 과잉이거나 글이 빈약하다는 사실을 자신도 모르는 채 독자에게 고백하는 행위이다. 쉼표는 글쓰기의 진통제 같은 것이다. 진통제 자주 맞으면 정작 필요할 때 약발이 듣지 않는다.
이렇게 거의 모든 구두점은 대체가 가능하지만 마침표는 다르다. 마침표 없이 글을 쓸 수 있는가. 길든 짧든 문장이 끝나는 곳에 어김없이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이 필수 불가결의 구두점은 최소 크기의 언어이지만 글에서 차지하는 위력은 그 물리적 크기에 무한 반비례한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혼선을 빚을 때 마침표를 쓴다. 한 문장에 하나의 생각을 쓰고 마침표를 찍는다. 마침표는 죽은 문장을 살려내는 힘을 가졌다.
글을 잘 쓰기 어렵다면 우선 문장부터 간결하게 써볼 일이다. 마침표를 콱 콱 찍어가며.
끝으로 이 글의 마침표를 찍기 전에 한 마디. 마침표의 의무적 사용이 면제되는 경우는 딱 둘이다. 시와 신문제목뿐이다. 문자메시지도 그러하지만 무시한다.
임훈구 편집부장 keygri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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