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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사무실서 부동산중개까지…2만 多辯 시대

최종수정 2016.01.29 12:05 기사입력 2016.01.2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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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바야흐로 변호사 몰락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일까. 매 해 터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변호사들 때문에 변호사 시장은 아비규환의 전쟁터로 변한 지 오래다.

사법시험만 합격해도 '출세'와 '돈벌이'는 떼놓은 당상처럼 여기던 시절은 다시 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2만명 시대'로 접어들자 일부 변호사들은 취업난에 이어 생활고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출세의 보증수표였던 변호사 자격증은 이제 취업을 위한 '스펙'으로 전락해버렸다.

유례없이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변호사들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동업자끼리 '치킨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변호사 2만명 시대'의 음울한 현주소다.

◆무한경쟁의 정글에 갇힌 변호사들 = 29일 변협에 따르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배출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개업 신고를 한 변호사 수는 매년 1400여~1700여명씩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등록된 변호사 수는 1만7424명에 달한다.

법무법인(로펌ㆍ유한 포함) 수는 2012년(647개)부터 계속 많아져 지난해 926개로 늘었다.

구성원ㆍ소속 변호사 수 또한 2012년 6596명에서 지난해 8909명으로 불어났다.

이러는 사이 변호사 1인당 월 평균 수임 사건 수는 2011년 2.8건에서 2014년 1.9건으로 낮아졌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변호사 1인당 월 평균 수임 사건 수는 4건을 상회했다. 약 10년 만에 반토막 나버린 셈이다.

폐업하는 로펌들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서울 지역 로펌의 휴ㆍ폐업은 2010년 243건, 2011년 215건, 2012년 297건, 2013년 334건, 2014년 450건으로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무장이 변호사 고용…'온라인 변호사'도 다수 = 변호사들의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업계 구조를 왜곡하는 웃지 못 할 사건도 발생한다.

변호사가 아닌 사무장이 변호사를 고용해 영업을 하다가 최근 검찰 수사를 받은 일이 대표적이다.

명목상으로는 부장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를 대표로 내세웠지만 실제 경영은 이 사무장이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건 변호사법 위반이다.

임대료와 직원들 월급이 부담스러워서 '온라인 재택 영업'을 하는 변호사도 적지 않다.

변협 관계자는 "개업 신고를 하더라도 실제로 사무실을 열지 않고 자택을 주소지로 두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부동산 중개업에 뛰어든 변호사들도 있다.

올해 초 문을 연 '트러스트부동산'은 변호사 4명이 법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중개 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공인중개사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단호하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사들의 중개 행위는 '공인중개사법' 위반이라는 이유다.

◆변호사들 다 어렵다는데 대형로펌들은? =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계 내 계층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상위 5위권에 속한 대형 로펌들의 매출은 변호사업계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법률종사자 1인당 매출액이 연(年) 평균 1억원 안팎인 데 반해 이들 로펌 소속 변호사 1인당 매출액은 5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규모 1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법률 부문 역시 외국계와 국내 대형 로펌이 과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변호사 업계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다.

◆변호사 자격증 취업 스펙으로 전락 = 무한경쟁을 피해가기 위해 새내기 변호사들이나 연차가 낮은 변호사들은 아예 6ㆍ7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경우도 많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공무원'이 차라리 더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로스쿨생들은 '썩은 떡밥을 무는 행위'라면서 응시 변호사들의 신상을 공개하자고 반발하기도 했다.

변호사 자격을 그저 '스펙' 중 하나로 추가해 기업의 공개채용에 도전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이 경력 변호사를 임원급으로 '모셔가던' 예전과 달리 팀장이나 과장급 정도의 '단순 경력직'으로 채용하는 경우도 흔해졌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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