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로또’ 영남 분양시장…내년 입주 많아 가격 하락 우려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요새 대구에선 아파트 청약 당첨되면 '로또'라고 부를 정돕니다. 피(Premium, 웃돈)가 수천만원씩 붙으니까, 그럴 수밖에요."
대구 지역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의 말이다. 대구와 부산 등 영남권 아파트 분양 시장의 과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일부 분양 아파트에서는 수백대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으며 이 지역 아파트 거래에서 분양권 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안팎에 이른다.
그만큼 실수요보다는 분양권 전매를 통한 차익에 관심을 가진 투자 수요가 많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내년 입주 물량이 대거 쏟아질 예정이어서 비싸게 분양권을 매입할 경우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아파트 청약 경쟁률 상위권은 죄다 영남권이 차지했다. 지난 4월 분양한 '부산광안더샵'이 379대1의 경쟁률을 보여 1위에 올랐으며 '동대구반도유보라'(274대1), '창원가음꿈에그린'(186대1), '울산약사더샵'(176대1), '대구만촌역태왕아너스'(155대1) 등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동대구반도유보라의 경우 일반공급 387가구 모집에 청약자 수가 10만명을 넘길 정도였다.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를 보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대구 지역 아파트 매매에서 분양권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43.8%, 부산은 37.2%로 전국 평균 29.6%에 비해 월등히 높다. 경북과 경남도 각각 43.5%, 39.3%에 이른다. 분양권 거래에는 입주 시 검인 물량도 포함돼 있지만 활발한 분양권 전매 영향이 반영되는 것으로 보는게 일반적이다.
대구에 있는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 이진우 소장은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길거나 다자녀로 청약가점이 높은 수도권 거주자들이 '점프'해서 오는 경우가 많고, 지역민들도 프리미엄을 노리고 청약을 많이 한다"면서 "당첨 당일날 30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웃돈이 붙는 경우도 있다. 정상적인 시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대구와 부산 지역 입주 예정 물량이 대거 몰려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분양 이후 입주까지는 2~3년이 걸리는데 입주 시점에 공급량이 많으면 그만큼 가격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내년 부산ㆍ대구ㆍ울산ㆍ경남ㆍ경북 지역 입주 예정량은 7만6041가구에 달한다. 전국 25만2286가구의 30%가량을 차지하며, 2017년에는 8만7442가구로 전국 물량의 35%가량에 이른다. 특히 대구의 경우 내년에 2만678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어서 서울(1만8898가구)의 1.4배 수준이다.
이 소장은 "금리 인하와 함께 정부의 금융 규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으며 수도권보다 지방은 더 낮은 가격으로 투자할 수 있어서 돈이 몰리고 있다"면서 "이렇게 가면 대거 미입주 사태가 날 수 있다. 한 때 분양 열풍이 불었던 인천 청라 등 지역에서 경험했던 일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팀장은 "공급이 계속 이뤄졌는데도 이처럼 경쟁률이 높다는 것은 전매를 통한 시세 차익 투자가 많다고 봐야 한다"면서 "실수요자가 받쳐주지 않으면 미입주나 가격 하락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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