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안 좋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라도 낼라치면 투자자들의 항의 전화 때문에 업무가 사실상 마비됩니다."


씁쓸한 '추억'을 털어놓는 증권사 연구원의 얼굴에는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난다는 표정이 묻어났다.

비단 담당 연구원뿐 아니라 소속 증권사와 해당 업체의 홍보팀에도 항의 및 비난 전화가 쏟아진다.


국내 증권사 연구원들이 매도 보고서를 잘 내지 못하는 이유가 업체와의 관계 유지도 있겠지만 투자자들의 비난도 한몫하고 있지 않나 생각될 정도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소위 잘나가는 종목에 대해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내용의 기사를 쓰면 어김없이 항의 메일 및 전화가 쇄도한다.


그중에 논리적이고 정당한 반박을 제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무조건적인 비방과 저주(?)를 퍼붓는다. 결론은 '왜 내가 투자한 종목에 대한 안 좋은 기사를 썼냐'는 거다.


공표된 사실인 재무제표상의 수치를 갖고 기사를 써도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차별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누구의 사주를 받았냐느니, 몸조심하라는 둥 반응들도 한결같다. 뜬소문으로 '무장'한 인터넷 카페상의 정보를 정확한 사실이라며 기사에 반영하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의 실질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총 442만명이라고 한다. 이 중 98.9%인 437만명이 개인 주주들이다.


특히 실질주주 중 1개 종목만을 보유한 경우가 198만명으로 44.9%에 달했다. 94.4%에 이르는 417만명이 10개 미만 종목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분일초 주가의 흐름에 일희일비하며 주식에 모든 것을 거는 투자문화를 한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는 '탐욕'이라고 표현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이유들로 주가가 오르는 경우를 볼 때마다 그런 탐욕의 결과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코스닥 상장사 기업설명(IR) 담당자는 과거 외부감사 계약을 맺었던 한 법무법인에 유명 정치인이 한때 몸담았었다는 이유만으로 지금도 자기네 회사가 그 정치인의 테마주로 묶인다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주식시장이 건전한 자금조달 창구가 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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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개미로 유명한 한 투자자가 과거 술자리에서 했던 얘기가 떠오른다. "주식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주식투자 전도사인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한국의 주식투자 문화에 대해 평소 자주 하는 얘기가 있다. "주식은 사고파는 게 아니다. 주식은 여유자금으로 조금씩 사 모아 갖고 있는 것이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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