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사실... 그 리포트 가라(가짜)예요."


바이오 섹터를 담당하는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최근 기자와 통화에서 한 말이다. 바이오 기업의 적정주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기자의 질문에 이 애널리스트는 바이오 '업종 특성상 어쩔 수 없지 않냐'며 이같이 말했다.

바이오주가 실적 보다는 기대감으로 움직이는 만큼 업종 특성을 운운하는 애널리스트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사실 제대로 된 실적이 나오는 바이오주는 찾아 보기도 힘들 정도다. 하지만 '추진 중', '확장성 예상', '전망 밝아', '순항 예상' 등 아리송한 구절로만 가득한 리포트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뭘까.


이 애널리스트가 올들어 발간한 바이오 종목분석 리포트에는 적정주가를 판단하는 PER은 물론이고,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제시한 보고서가 한 건도 없었다. 주가 향방은 물론이고 해당 종목을 '잘 모른다'는 얘기다.

비단 이 애널리스트만의 얘기는 아니다. 올들어 주가가 급등한 헬릭스미스 헬릭스미스 close 증권정보 084990 KOSDAQ 현재가 8,380 전일대비 40 등락률 +0.48% 거래량 300,932 전일가 8,340 2026.04.23 15:30 기준 관련기사 크리스탈지노믹스 등 4개사, 혁신형 제약기업 탈락 [특징주]헬릭스미스, 엔젠시스 中 임상3상서 주평가지표 달성에 3거래일 연속 강세 코스피, 외인·기관 쌍끌이 순매수에 2600선 회복 , 랩지노믹스 랩지노믹스 close 증권정보 084650 KOSDAQ 현재가 1,414 전일대비 79 등락률 -5.29% 거래량 3,420,832 전일가 1,493 2026.04.23 15:30 기준 관련기사 랩지노믹스, 유투의료재단과 검체위수탁사업을 위한 MOU체결 랩지노믹스, 3분기 별도 영업이익 흑자전환…경영 효율화·매출 채널 다변화로 실적 개선 랩지노믹스, 제약 업계 마케팅 전문가 김병기 본부장 영입 , 바이넥스 바이넥스 close 증권정보 053030 KOSDAQ 현재가 11,530 전일대비 30 등락률 +0.26% 거래량 132,381 전일가 11,500 2026.04.23 15:30 기준 관련기사 바이넥스, 208억 CMO 생산 계약…역대 최대 규모 [특징주]바이넥스, 158억 규모 바이오의약품 제조 공급계약에 강세 [클릭 e종목]"바이넥스, 바이오 CMO 기업 진화 중…'매수' 제시" , 서린바이오 서린바이오 close 증권정보 038070 KOSDAQ 현재가 6,460 전일대비 30 등락률 -0.46% 거래량 30,754 전일가 6,490 2026.04.23 15:30 기준 관련기사 [특징주]서린바이오, 삼성바이오 5공장에 1조 투자로 초격차…주요 거래처 부각↑ 서린바이오, 작년 영업익 73억…전년 대비 62.3%↑ 서린바이오, 3Q 매출액 222억원…영업익 70%↑ , 마크로젠 마크로젠 close 증권정보 038290 KOSDAQ 현재가 16,950 전일대비 160 등락률 +0.95% 거래량 29,667 전일가 16,790 2026.04.23 15:30 기준 관련기사 [특징주]마크로젠, 삼성전자와 맞손…전세계 6400만명에 맞춤 건강솔루션 제공 동력 잃던 DTC 유전자 산업, 숨통 트인다…업계 “환영” 로킷제노믹스, 마크로젠과 ‘정밀 유전체 정보 생산·활용’ 업무협약 , 한독 한독 close 증권정보 002390 KOSPI 현재가 10,320 전일대비 20 등락률 -0.19% 거래량 23,787 전일가 10,340 2026.04.23 15:30 기준 관련기사 한독, 건강기능식품 자회사 '한독헬스케어' 공식 출범 1000대기업 CEO 10명 중 3명은 'SKY' 출신…서울대 14% '55회 한독학술대상', 문애리·정낙신 교수 수상 , 제넥신 제넥신 close 증권정보 095700 KOSDAQ 현재가 5,950 전일대비 230 등락률 +4.02% 거래량 760,324 전일가 5,720 2026.04.23 15:30 기준 관련기사 주도주 흔들리자…투심은 ‘교체’와 ‘유지’ 사이 코스피, 외인·기관 순매수 전환에 3200선 회복 '눈앞' 제넥신, EPD바이오 합병해 TPD 기술 강화…최재현·홍성준 각자대표 예고 모두 투자의견 없는 '가라' 리포트 일색이다. 개미지옥 내츄럴엔도텍 사태를 맞은 바이오주 묻지마 투자에 증권사의 부실 리포트가 일조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심지어 부실 정보를 기계적으로 돌려쓰고, 베껴쓰기까지 한다. 최근 만난 한 코스닥 상장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 회사가 홈쇼핑 업체와 제휴한다는 내용이 나도 모르는 사이 증권사 리포트에 도배가 됐더라"며 황당해했다. 그는 회사가 추진하는 신사업을 어떻게 사실관계 확인 한번 없이 쓸 수 있느냐며 의아해했다.


얼마 전 리서치 명가로 통하는 B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개장 전 낸 리포트에 잘못된 정보가 있어 회사 측에서 강하게 항의 중이라며 기사 수정을 요청해왔다. 마음이 급했는지 통화녹음이 되는 회사 전화 대신 개인 휴대폰으로 연락해 "(인터넷) 검색해서 쓴 내용인데 업데이트가 안됐나 보다"고 했다.


얼마 전 만난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하루종일 (기관 영업ㆍ탐방 등의 업무로) 돌아다니고 오후 늦게 복귀해 리포트를 작성하기 시작하는데 알고 있는 정보를 리포트에 다 담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녹초가 된 상태에서 쓰는 리포트가 얼마나 깊이가 있겠냐는 자조 섞인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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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는 주식시장에서 투자정보의 가장 큰 유통처다. 개인투자자나 증권부 기자들이 매일 개장 전 증권사 리포트를 수십건씩 보는 것도 이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의 정확성과 신뢰도 떨어지는 정보는 주식시장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증권사 리포트는 뜬소문이 난무하는 주식시장에서 얼마 안 되는 공신력 있는 정보이기도 하다.


"증권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당국, 언론, 그리고 애널리스트 이 3개 집단이 성장해야 한다"며 "애널리스트들이 세일즈맨이 아닌 자본시장의 두뇌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던 어느 경영대 교수의 말을 곱씹어 보게 된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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