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효과 이미 반영·증시 뛰고 유로 내리고…동유럽 국가들 대책마련 고심
ECB는 오는 9일부터 매월 600억유로(약 73조원) 규모의 자산매입을 내년 9월까지 시행한다고 밝혔다. 또 인플레이션 목표치 2%를 달성할 때까지 이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CB는 양적완화 공표와 함께 유로존의 성장률 전망치도 높여 잡았다.
ECB가 공식적으로 양적완화 시행 의지를 밝힌 것은 지난 1월22일 통화정책회의에서다. 이후 1달 반 동안 증시가 뛰고 국채 가격이 치솟는 등 유로존 금융시장은 장밋빛으로 가득했다.
이날 유럽 증시 역시 ECB의 양적완화 시행에 일제히 뛰었다. 독일 DAX30 지수는 0.95% 오른 1만1498.80에, 프랑스 CAC40 지수는 0.88% 오른 4960.80에 폐장했다. 뉴욕증시도 유럽발 훈풍에 상승했다. 유로화는 폭락했다. 이날 유로값은 양적완화 세부 사항 발표 이후 장중 1.09달러까지 추락했다. 유로 가치가 심리적 저지선인 1.1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03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스위스·덴마크·폴란드 등 유로화를 쓰지 않는 국가들이 최근 잇따라 통화완화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폴란드 중앙은행은 4일 시장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1.5%로 0.5%포인트 낮췄다. 지난 10월에 이은 두번째다. 스위스와 덴마크는 이미 지난해 이후 수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그나마 이들 국가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체코, 헝가리 등 다른 동유럽 국가들의 경우 사용할 통화정책 카드가 마땅치 않다. 체코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05%로 운용하고 있어 금리를 더 떨어뜨릴 여력이 없다. 지난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매달 금리를 내렸던 헝가리 역시 실탄을 모두 소진했다.
금리정상화를 앞두고 있는 영국 역시 고심이 깊다. 이날 영란은행(BOE)은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했다. 영국의 기준금리는 지난 2009년 이후 사상 최저치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지표개선과 고용시장 회복 등을 감안하면 BOE는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인상에 따른 파운드화 강세가 유로 약세와 맞물리면서 영국 기업들이 받을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