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르네코는 최근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10억원을 출자해 200만주(지분율 8.30%)를 확보한 이제이레저가 새 최대주주에 올랐다고 지난달 25일 공시했다.
문제는 애시당초 인수자금이 남의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데 있다. 더슈퍼클래스젯은 인수대금 잔금 지급 당일 인수 지분 99.7%에 해당하는 412만주를 담보로 현대에스티로부터 42억원을 빌렸다. 사들일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지분을 확보(차입매수, LBO)하는 사실상 무자본 인수합병(M&A)이었던 것.
이후 무자본 M&A의 공식같은 일이 벌어졌다. 현대에스티가 해당 주식을 다시 제3자에게 담보로 맡긴 뒤 이 물량이 반대매매되며 최대주주 더슈퍼클래스젯의 보유지분은 9769주로 쪼그라 들었다.
이 때문에 금영으로부터 르네코 지분을 넘겨받을 당시 재무적 투자자들의 창구 역할을 한 BH100은 더슈퍼클래스젯 측을 20억원대 투자 사기(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인수자금 등의 명목으로 BH100으로부터 거액을 빌려간 뒤 약속한 지분을 넘겨주지 않고 있다면서 신동걸 르네코 대표이사와 함께 더슈퍼클래스젯의 실질 사주로 홍모씨를 지목해 이들을 수사해 달라고 한 것.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장봉문)는 고소 쌍방인 BH100측과 신 대표를 소환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씨는 현재 잠적 중이다.
경영권에도 석연찮은 대목이 있다.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새 최대주주 이제이레저는 전 최대주주 더슈퍼클래스젯과 함께 강원도 횡성 소재 골프장에 본점을 두고 있다.
해당 골프장도 등기명의인만 100명을 넘어가는 복잡한 소유 상태지만 처음 소유권 보존등기를 남긴 건 신 대표가 대표를 지낸 삼대양레저다. 2013년 말~2014년 초 세무당국이 은닉재산 추적 과정에서 토지ㆍ건물을 압류하기도 했다. 이제이레저는 자본금 1000만원 규모 회사로 금영 측이 르네코를 매물로 내놓을 무렵인 지난해 5월 설립됐다.
신 대표가 대표로 이름을 올려둔 업체는 또 있다. 더슈퍼클래스젯은 처음 르네코 지분을 확보할 당시 신 대표를 에프오옵티컬 대표로 명시했다.
에프오옵티컬(옛 엔블루와이드)이 2008년 흡수합병했던 상장사 일공공일안경콘택트는 2년 뒤 자본전액 잠식을 사유로 상장폐지된 바 있다. 흡수합병 직전까지 엔블루와이드 대표이사를 지낸 신 대표는 일공공일안경콘택트 상폐 이후에야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르네코 주가도 요동쳤다. 지난해 초 사업부진으로 800원대에 그쳤던 르네코 주가는 금영이 지분을 정리할 무렵 연초 대비 164%까지 급등했다가 현재는 500원 안팎을 맴도는 동전주 신세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2국은 최근 불공정거래 의혹 관련 르네코 투자자를 상대로 투자 경위 등을 조사했다.
새 주인을 맞은 뒤 주가가 급락하며 거래소가 조회공시 요구하자 르네코는 수차례 "건설 관련 신규사업 진출을 위한 자산취득 및 주식관련사채 발행 등을 검토중"이라고 답해왔지만 이 마저도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 보인다. 자금난으로 갖고 있던 부동산도 정리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르네코는 지난해 말 취득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으며 49억원 규모 경기 고양 소재 부동산들을 처분한 바 있다.
한편 금감원이 최근 3년 무자본 인수합병 과정에서의 불공정거래 사례 15건을 분석한 결과 그 중 절반은 상장폐지됐거나 상폐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 증발한 시총만 5000억원, 부당이익은 13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대개 기존 사주와 인수방법에 대해 말을 맞춘 뒤 인수주식이나 해당 기업 보유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 인수대금을 넘겨준 뒤, 회사 자산을 빼돌리거나 인수과정 전후로 시세조종 등에 나서 주식을 팔아치우는 방식이었다.
이들 사례에서 인수자금 대비 인수인의 자기자본 수준이 10% 미만인 곳이 6곳이나 되는 등 대부분 자금사정이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사주로부터 주식실물을 넘겨받아 이를 담보로 사채업자 등 전주에게 돈을 빌려 지급하는 방식으로 인수가 이뤄지는 식이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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