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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오너리스크', 논어에서 찾은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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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대한항공의 '땅콩 리턴'을 놓고 재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오너 일가가 기업과 기업의 재산을 사재화 하는 세태에 대한 비판은 물론,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정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덮어내려 했다는 점 때문이다.

오너에게 직언을 하지 못했던 경영진에 대한 비난도 이어진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인터넷과 모바일 세상에선 아무리 진실을 감춰도 드러나게 돼 있기 때문에 사고 수습 과정에서 정직이라는 가치를 먼저 뒀다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지 않을까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과거 기업들에게 있어 정직은 그리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다. 급격한 고도 성장기에는 다소 정직하지 않아도 관행과 선처로 덮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단 하루만에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을 탄생시키고, 다음날 그 기업이 부정으로 인해 무너지는 사례를 실시간으로 생중계 해준다. 보는 눈이 많아진 만큼 윤리의식도 높아졌고 관행과 선처로 덮을 수는 없게 됐다. 기업에게 이제 정직은 윤리 교과서의 덕목이 아닌 생존을 위해 꼭 지켜야 할 가치인 것이다.

논어 양화편의 얘기다. 공자가 제자 자로에게 6가지 덕에 대한 6가지 폐단에 대해 설명한다.
"인덕(仁)을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을 경우 쉽게 우롱(愚)당할 수 있고, 지혜(知)를 존중해도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나대게(蕩) 된다. 신의(信)를 존중해도 배우기를 게을리 하면 남에게 쉽게 이용당해(賊) 마음에 상처를 입고 정직(直)하기만 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교만(絞)해진다. 용감(勇)하지만 배우지 않는다면 그 폐단은 주위에 폐(亂)를 끼치게 되고 굳세기(剛)만 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무모(狂)해진다."

공자가 논어를 통해 끊임없이 강조하는 6가지 덕을 갖췄다 해도 배우지 않으면 오히려 6가지 폐단을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다. 논어 첫편인 '학이(學而)'편 첫머리이자 공자가 후대에 가장 전하고 싶었던 단 한가지의 지혜인 '배우고 이를 실천으로 옮기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구절을 왜 끊임없이 강조했는지를 양화편의 이 한마디에서 읽어낼 수 있다.

정직하다 해도 교만을 경계하기 위해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는 공자의 말은 지난해부터 시작돼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오너 리스크'를 함축적으로 나타낸다. 정직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자신의 기업에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오너가 배움을 게을리 했기 때문에 교만해진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함께하는 독특한 한국식 경영을 통해 세계 시장에 우뚝 섰다. 하지만 여기가 한계일 수 있다. 재도약을 위해선 정직을 기업의 최우선 가치에 두고 오너들은 끊임없이 배우기를 좋아해 교만을 경계해야 한다. 공자가 오늘날 우리 기업들의 강단에 선다면 꼭 전하고 싶은 얘기일 것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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