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비 2억 넘어 유족들 '부담'···아파트 측과 합의 못하고 산재보험도 불확실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입주민의 폭언 등으로 괴로워한 끝에 분신했던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 경비원 이모(53)씨가 한 달간의 투병 끝에 지난 7일 사망했지만 2억원가량의 치료비를 마련할 길이 없는 등 유가족들에게 또 다른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이씨가 분신 이후 수술·치료에 들어간 금액은 약 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은 탓에 6000여 조각에 이르는 피부 이식 수술 등에 치료비가 많이 들어갔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이 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숨진 이씨의 아내인 유모씨는 유통업체 직원, 자녀들은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처지다.
유족과 노동조합 측은 치료·장례비용 마련을 위해 산업재해보험(산재) 신청을 했다. 이들은 이씨의 분신 이유로 꼽힌 '감정노동'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선례가 있는 만큼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이씨의 경우 (사고가 발생한) 해당 동으로 옮기며 우울증이 생겼고 가해 입주민에 의한 폭언으로 분신을 선택한 만큼 산업재해의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아파트 입주관리회사에서 민원을 처리하다 자살한 한 근로자가 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산재를 인정 받은 유사사례가 있는 만큼 이씨의 죽음에도 산재가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치료비 마련과 추모를 위한 모금운동도 벌어질 예정이다. 오는 13일에는 노동인권을 그린 영화 '카트' 개봉·시사회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이달 말에는 중소상공인 들을 대상으로 모금 행사가 열린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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