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캐퍼로티 사령관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이제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핵미사일 보유국이 된다.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영국, 중국, 인도 등이다. 미국은 핵무기의 무게를 110㎏까지 줄여 크루즈미사일에 장착했고, 인도를 제외한 다른 나라도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소형핵탄두 미사일을 운용 중이다.
ICBM 외에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있다. 스커드미사일은 사거리 300∼500㎞로 탄두중량 770∼1000㎏이 장착되며 노동미사일은 사거리 1300㎞에 탄두중량 700㎏, 무수단미사일은 사거리 3000㎞ 이상에 탄두중량 650㎏, 대포동2호는 사거리 6700㎞ 이상에 탄두중량 650~1000㎏를 장착할 수 있다. 미국 뿐만 아니라 한반도 주변국들이 긴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북한의 핵보유도 문제지만 핵원료 보유량을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핵을 만들기 위해서는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이 필요하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원료는 바로 우라늄이다. 북한의 우라늄 매장량은 2600만t에 이를 정도로 풍부하고 순도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보유한 2000대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한다면 연간 40㎏의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우라늄을 이용한다면 어느 국가보다 많은 핵무기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렇게 핵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는 사이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 북한의 '남남갈등' 심리전 장단에 맞춰 춤만 췄다. 북한은 지난 5월 세월호참사를 놓고 위로통지문을 보냈다가 바로 미흡한 사고 수습을 지적하면서 '무능한 정부'라고 비판했다.
지난 15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군사 당국자간 접촉을 놓고 북한은 다음날에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에 대한 이면의 얘기들을 전면 공개했다. 언론은 이를 두고 개최 경위 등 진실공방을 벌이기 시작했다. 또 한미 양국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연기 합의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대선공약 파기라며 비난했다. 지난 주말에는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놓고 남측 지역주민조차 대북전단을 반대하고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며 남남갈등을 부추겼다.
대북관련 이슈가 나올 때면 국민들은 민감해진다. 진보와 보수 편으로 가르고 서로를 비난하기 시작한다. 회사 동료와 회식자리에서, 퇴근후 가족들과 식사자리에서도 이념을 놓고 끝없는 논쟁은 이어진다. 하지만 항상 결론없는 감정싸움으로 논쟁은 끝난다. 국민들간 감정싸움은 결국 북한이 의도한 심리전에 철저히 이용당한 꼴이 된다. 앞으로는 대북정책에 대해 '누가 맞냐, 틀리냐'라는 소모전보다 '북핵에 대한 우리의 대책은 뭔가'라는 화두부터 던지고 이야기를 시작했으면 한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