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알록달록한 색들이 굵은 먹선들에 안겨 '얼굴 군상'을 만들어낸다. 캔버스 위에 입힌 한지의 따뜻한 구김도 눈길을 끈다. 아크릴 재료에 먹선, 한지는 동서양 재료의 결합이다. 얼굴들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성을 의미한다. 한국을 떠나 이스라엘, 미국,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살아오며 다른 언어와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문화 속에서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을 그림 속에 투영했다.
30대 여성작가 박정연의 '공감'전이 서울에서 열리는 중이다. 싱가포르에 생활기반을 두고 있는 애니메이션 작가이자 지난해부터 화가로 데뷔해 활동 중인 젊은 작가다. 전시에선 작가가 2년 동안 구축해 온 작업의 변화 양상을 볼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돼 있다. 단순한 추상 면과 밝은 톤들은 시간이 갈수록 복잡한 선들과 따뜻하면서도 화려한 색채들로 변모한다. 추상적이며 단순하면서도 기호가 함축된 작품들이 입체적이고 실험적인 그림들로 바뀌어나갔다.
박 작가에게 다른 나라에서의 삶은 이방인으로의 경험, 다양한 문화적 체험, '관계'에 대한 주제의식을 작업으로 담아내게 했다. 특히 싱가포르는 중국계가 절반이 넘고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기에 유럽 사람들과도 잦은 만남이 있었다. 직장은 미국계 회사여서 또 다른 문화적 장소다.
4년 동안 싱가포르에서 거주하며 작업해 온 그의 결과물들은 덥고 습하며 깨끗한 그 나라를 닮아있다. 작품을 이어가게 한 모티브가 된 '하늘'이란 작품은 어느 날 문득 고층빌딩이 빼곡한 싱가포르의 하늘을 쳐다보다 마주한 스카이라인을 따서 구상한 것이다. 습한 기후 때문에 잘 마르지 않는 유화보다는 아크릴을 주로 쓰게 됐으며, 거기에 동양화 물감이나 먹으로 선을 처리했다. 여기에다 캔버스에 한지를 덧입혀 따뜻하면서 포근한 느낌을 자아내게 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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