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경제발전 모델을 기존 수출·투자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려 애쓰고 있지만 이러한 흐름을 역행하는 산업이 하나 있다. 바로 철강이다. 중국 해관총서(세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철강 수출은 852만t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73%나 증가한 양이다. 올해 1~9월 중국의 전체 수출에서 철강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넘는다.
중국에서 수출한 철강 제품들은 대부분 아시아지역에서 흡수한다. 그러나 그 파장이 미국, 유럽 등 세계 철강 시장 전체로 퍼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런던 소재 원자재 컨설팅업체 CRU에 따르면 세계 철강 가격은 연초 이후 현재까지 7% 하락했다. 열연코일 제품의 경우 가격이 중국에서 17%나 빠졌고 유럽과 미국은 각각 13%, 5% 하락했다. 철강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도 계속 하락하고 있어 중국 철강업계가 낮아진 생산단가를 감안해 가격을 더 내려 수출할 경우 세계 철강 가격은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중국과 유럽에 비해 철강 가격 하락세가 가파르지는 않지만 지금처럼 중국산 저가 공세가 이어지면 가격 하락 방어와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반덤핑 조사를 강화할 수 있다. 이미 미국 업체들의 잇따르는 반덤핑 제소로 타격을 입고 있는 한국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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