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 노인"
"죄송 동지회, 저는 안그러는데 일부 몰지각한 젊은 기자들이 ㅋㅋ "
"ㅎㅎ 발끈하는 걸 보니 노인이 사실"
"젊은피는 나하고 ㅇㅇ씨뿐"
요즘은 고참기자들을 현장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선임기자와 부장급 기자들이 현장에서 많게는 20년 가량 어린 신참기자들과 어울려 일을 한다. 세종에서 요리와 음악을 좋아하는 고참들과 어울리게 됐다. 카톡방에서 나눈 대화다. 40대 중반ㆍ후반인 부ㆍ차장급 고참들이 자신들은 '젊은피'로 자처하면서 겨우 몇 살 많은 선배들을 '노인'이라고 놀리는 내용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아직 젊다고 생각하고,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주장하며, 악기와 춤을 젊은 선생님한테 배우면서 다가올 좋은 시절을 꿈꾸는 사람은 노인이 아니다. 노인의 정의에 '나이가 몇 살 이상이다'는 없다. 삶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가 노인을 정하는 기준이다.
노인이 무엇인지, 언제부터가 노인인지 다들 헷갈려 한다. 100세시대가 다가왔지만, 60세시대 때의 제도와 의식이 견고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전적인 의미의 노인은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이다. 문제는 나이가 들어도 잘 늙지 않는 데 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80대 중후반에 부르심을 받은 경우가 많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최빈사망연령이 86세다. 돌아가신 분중 86세가 가장 많았다는 얘기다. 2020년에는 최빈사망연령이 90세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70대에 돌아가셨으면 일찍 돌아가신 것이다. 이제는 60년을 살기 힘든 시절은 지나고 90년을 살기가 조금 힘든 시절이다. 90에 0.7을 곱하면 63이다. 그러니 자기나이에 0.7을 곱해야만 예전에 60살을 살던 시절의 나이가 나오는 것이다.
결혼연령도 마찬가지다. 여성이 20대 중반을 넘기면 노처녀로 취급받았다. 지금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됐고 30살을 넘기기 일쑤다. 여기도 0.7의 법칙을 적용할 만하다. 생물학적 나이는 바꿀 수가 없다. 그러나 삶을 대하는 태도로서의 나이는 바꿔야 한다. 본인의 나이가 60살이면 0.7을 곱해 42살, 50살이면 0.7을 곱해 35살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게 제대로 사는 방법일 듯 하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의료기술의 발달 영양상태의 개선 등으로 신체건강은 좋아지고 기대여명은 늘어났다. 그런데 사회시스템과 사고방식은 60인생을 기준으로 짜여진 게 여전히 많다. 생각과 현실의 차이가 문제를 만든다. 20~30년 전만해도 급여생활자로 열심히 일해 집 한 채 장만하고 자식 낳고 결혼시키고 50대후반에 은퇴해 약간의 노년을 보내는 게 다였다. 그런데 요즘은 은퇴는 빨라지고 노년은 길어졌다. 운좋게 60세까지 직장생활을 했어도 수십 년을 더 살아야 한다. 노인으로 보내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다.
환경이 달라지면 여기에 맞춰야 한다. 나라도 사회도 개인도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불균형의 시절이다. 국가와 사회가 조금씩 100세시대에 걸맞는 정책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고 갈 길이 멀다. 제도의 개선과는 별개로 스스로도 변하고 적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 마음과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의 기준에 얽매인 나이를 가지고 조로할 경우 변하기도 적응하기도 힘들다.
자신이 생각보다 훨씬 젊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나이에 0.7을 곱해보자. 그 나이가 60세를 기준으로 짜여진 우리의 의식구조속에서 여러분의 실제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제 준비해 보자. 35살의 당신(50세), 42살의 당신(60세), 젊어진 인생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해보자.
우리 또래의 시인 최영미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에서 열정이 흔적으로 남은 자리에서 새로운 잔치를 준비했다. 젊음이 서른이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새로운 잔치가 시작된다. 인생이 60이면 종치는 줄 알았는데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예순, 잔치는 끝났다. 삶을 한 바퀴 돌아 환갑이 됐지만 갈 길은 아직도 멀고 멀다. 이러다 두 바퀴를 돌아야 하는 건 아닌지. 에고 에고. 예순,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밥 떨어지고. 예순, 잔치를 한다고? 적어도 반 바퀴는 더 돌아야 하는데. 예순! 쫑파티는 필요 없다.
세종=최창환 대기자 choiasi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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