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어지는 종이배터리’ 원천기술 세계 첫 개발

산림과학원-울산과기대, 공동 꿈의 기술 첫발…나무에서 뽑아낸 종이분리막과 전극 일체화로 변형 자유로워 둥글게 마는 디스플레이, 입는 전자소자 등 활용 범위 다양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휘어지는 종이배터리’를 만드는 원천기술이 우리나라에서 세계 처음 개발됐다.

30일 산림청에 따르면 국립산림과학원은 나무에서 뽑아낸 셀룰로오스로 만든 ‘나노종이’ 분리막과 전극을 이용, 종이처럼 휘어지는 배터리(플렉시블 종이리튬이온전지, Flexible Paper Lithium-ion Batteries)를 만드는 원천기술을 울산과학기술대학교와 세계 처음 개발했다.

‘나노종이’란 종이원료인 셀룰로오스 입자를 나노크기로 잘게 부숴 만든 새 모양의 종이로 다공성의 부드러운 종이를 말한다. ‘분리막’은 리튬이온전지의 음극(-)과 양극(+)을 나누는 얇은 막으로 주로 플라스틱(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소재를 쓴다.

리튬이온전지와 이 전지에 포함되는 분리막의 세계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각 약 22조원과 2조원에 이르며 2018년까지 160% 늘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휘어지는 종이 배터리’는 최근 첨단분야로 돋보이는 둥글게 말 수 있는 롤업(Roll-up) 디스플레이와 옷처럼 입을 수 있는 전자소자 등 갖가지 디자인으로 활용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주목 받게 된다.

종이배터리는 나무에서 뽑아낸 나노종이분리막으로 기존의 플라스틱분리막을 대체하므로 전극(+-) 간 계면이 매우 안정적이고 뛰어난 기계적 물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게 국립산림과학원 설명이다.

특히 외부압력에 따라 모양이 바뀌어도 전지성능을 보일 수 있어 여러 전기화학소자들로 활용될 수 있다.

반면 기존의 리튬이온전지는 음극과 양극에 들어가는 바인더(Binder, 접착제)가 전극의 전자전도는 물론 에너지밀도까지 줄여 물리적 부드러움이 매우 부족하고 생산비도 많이 드는 단점이 있었다.

국내 순수원천기술로 개발된 종이배터리 연구는 나노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인터넷판에 이달 16일 실렸다. 이번 성과는 산림과학과 에너지공학이 협업(協業)으로 이룬 창조경제의 성공모델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산림과학원 이선영 박사는 “플렉시블종이 리튬이온전지의 나노종이 전극일체형 분리막은 나무에서 얻은 천연재료로 기존 이온전지의 분리막 소재인 다공성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과 전극을 모두 대체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라며 “이제 종이배터리란 꿈의 기술에 첫발을 내디뎠다”고 의미를 강조했다.

이상영 울산과기대 교수는 “전지의 모양을 달리해 생길 수 있는 발화, 폭발 등 위험을 줄였다”며 “별도 바인더를 필요로 하지 않아 이온전도도 및 전자전도도가 우수해 고용량 및 고출력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산림과학원과 울산과기대는 세계 처음 나노셀룰로오스로 만든 전극과 분리막을 일체화시킨 3차원 구조의 휘어지는 종이배터리를 개발, 상용화하는 공동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