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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보신주의, 그 진실과 오해]전문가들 "금융은 애초 '보신주의'가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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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금융은 정말로 보신주의에 빠진 것일까. 지난 22일 부산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사고만 안 나면 된다는 보신주의를 극복하고 창조적 기술금융을 통해 금융기관과 기업이 함께 혁신할 길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국 금융산업의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지적이라는 반대의견 역시 만만치 않다. 이에 본지는 3회에 걸쳐 '금융보신주의, 그 진실은' 이라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여론재판식 비난을 냉철히 분석해보는 한편 한국 금융산업이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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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이현주 기자] 대통령의 돌직구에 금융산업이 '보신주의'라는 뭇매를 맞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전전긍긍이다. 이번에도 정부정책에 발맞추는 것이 불가피하겠지만 파괴력이 다르다. 고위험군 대출압력은 자칫 은행산업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투자은행'이 아닌 '상업은행'의 경우 고객 예금보호 기능을 최우선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격적인 기술금융이나 미래성장성에 치중한 무담보대출 등으로 마련해야 하는 자금은 '직접금융'시장인 자본시장을 통해 조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진단이다. 자본시장은 회사의 투자에 관련된 자본을 공급해 주는 기능을 하고 자금시장은 은행의 단기 대출과 예금을 대변한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신용등급의 경계선상에 있는 기업 대출 여부를 두고 '금융보신주의'를 언급하기 어렵다"면서 "리스크가 높은 기업에 대해 위험을 감내하고 투자하려는 자본시장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선을 그었다.

일례로 양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의 여신 규모는 주요국에 비해 작지 않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은행의 민간여신 비율(2012년 기준)은 136.7%에 달해 주요회원국의 평균인 135.8%를 상회한다.
'금융보신주의'가 겨냥하는 기업대출 부문도 마찬가지다. 우리금융연구소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93%다. 아일랜드(259%), 영국(219%), 일본(120%), 프랑스(97%) 등은 우리보다 높지만, 호주(91%), 독일(87%), 스페인(76%), 이탤리(76%), 포르투갈(55%) 등은 우리보다 오히려 낮다. 그만큼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에 인색하지 않다는 의미다.

임일섭 우리금융연구소 실장은 "양적으로만 봐도 은행 여신이 주요국들에 비해 작지 않은 상황에서, 신용(대출)의 제약으로 인해 실물경제의 성장이 저해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 "더욱이 이미 주요국들과 비교해 낮지 않은 기업부채 비율이 더 높아지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도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 보신주의' 이면에는 금융업과 제조업의 실적을 동일선상에서 범하는 오류도 묻어있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ㆍ현대차ㆍ포스코ㆍ현대중공업 등 우리나라 제조업을 이끄는 전자ㆍ자동차ㆍ포스코ㆍ조선업 대표 4대 기업은 역성장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15조68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전년동기(18억3100억원)에 비해 14% 감익됐다. 현대차도 4조25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6% 감소했다. 현대중공업은 1조29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전환했고 포스코도 1조5700억원의 영업익을 거둬 3% 역성장했다.

반면 우리금융지주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68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배 이상 영업이익을 냈다. 하나금융지주도 7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지난해 반기(5700억원) 대비 33% 성장했다. 이밖에 KB금융지주(12%)와 신한금융지주(7%)도 전년동기대비 실적호전세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A은행 재무팀 관계자는 "제조업의 경우 경기민감도가 높지만 은행은 연속성있게 일정 수준의 이익을 창출하는 성격이 강해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면서 "특히 금융은 큰 사고가 터졌을 때 충당할 수 있는 완충지대(버퍼)를 만들어놔야하기 때문에 이익잉여금이 구조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상업은행 등 금융산업은 원래부터 보신주의를 기초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동물적 본능으로 투자를 하려고 한다면 대출을 해줘야 하는 은행은 그 반대방향에서 보수적으로 부실 없는 투자를 골라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과 기업간의 상반되는 두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해 그 효과를 서로 상쇄시키는 '길항'작용이고 그 길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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