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신드롬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고, 마지막엔 저 중요한 포인트를 생각하게 했다. 그는 만병통치약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모든 용서의 권능 또한 가지고 있지 않다. 영화 흥행처럼, 혹은 붉은 악마처럼, 혹은 광우병 집회처럼 1백만명을 광화문에 모이게 한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 교황의 인격의 완전체에 있었을까. 아니다. 우리 내부에 그 이유가 있었다. 저 인파와 저 행렬은 우리의 아픔, 우리의 갈등, 우리의 다급함, 우리의 목마름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 사회는 깊은 힐링을 얻었다. 풀리지 않는 갈등의 보이지 않던 실마리를 발견한 듯도 했다. 그것이 외부에 있지 않음을, 그것이 멀리 있지 않음을, 그것이 오로지 자신의 문제이며 자신 속에 있는 메시아만이 그 해결의 권능을 가지고 있음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그는 말하기 보다는, 주로 듣는 일을 했다. 입은 들은 것을 공감하며 표현했을 뿐, 오로지 귀만을 열었다. 훌륭한 말로 빼어난 언변으로 아름다운 구절로 사람들을 우리를 사로잡은 게 아니라, 저 맑은 침묵과 따뜻한 눈길과 부드러운 손길로 간구하는 심령을 건드렸을 뿐이다. 가난하고 겸손하고 따뜻하라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우린 알아들었다. 잠든 사람은 춤출 수 없다는 말에서, 우린 깨어있을 준비를 했고, 독백이 안되려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라는 말에서, 우린 소통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반성했다. 모든 게 우리 안에 있었고, 이미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거기에 있었기에, 그는 초능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되었고 설득하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었다.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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